GO/250522-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250523_Day 01. 팜플로나~시작은 어렵다

Wosk 2025. 5. 25. 05:15


## 시트구루와 GPT에게 속았노라


항공권을 예매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창문/복도  중 어디를 택하느냐였다. 창 밖의 풍경도 놓치고 싶지 않고, 17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니 편의도 고려해야하니 이래저래 고민이 길어졌다.
내가 탈 비행기는 에티하드 항공의 보잉 787-9. 시트구루  정보가 있긴 했지만, 한참 전에 업데이트 된 정보라 완전히 믿기는 어려웠다. 이에 시트구루 정보와 보잉787-9의 전면 사진 등등등과 함께 GPT와 함께 치열한 토론을 했고, 날개를 피해 바깥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23열로 추가요금까지 지불하며 자리를 선점했다.
그리고 23K에 앉은 내가 본 것이 바로...

23열은 날개 피한다며?

정확히 날개'만' 보이는 창문이었다.
(참고합시다... 에티하드항공 보잉787-9의 23열의 뷰는 저렇습니다)
GPT 이 깡통자식이 진짜.. 날개를 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냥 날개 위 자리잖아 이거. 두고보자 이번 달만 끝나면 바로 해지해버릴 것이다.


## 비행 중 짧은 이야기

치킨 치킨

식사는 전통의 치킨 오어 비프, 벗 노 비프 온리 치킨(앞에서 다 팔렸어!)
옆자리에 앉은 부부 두 분이 주문을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 오지랖을 떨며 주문을 도와드렸다. 두 분은 열흘짜리 크루즈를 타러 가신다고 한다. 인상이 좋다고 조카를 소개시켜주고 싶단다. 역시 내가 좀 어르신 픽이긴 하지.
소개팅은 됐고 한국 돌아가면 밥이나 한 번 먹기로 했다.

+요새 비행기는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된다. 에티하드 항공만 그런가?
에티하드 항공 회원이면 채팅만 가능한 요금제(4.99달러)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 아부다비 공항

Transfers :)
넓다 넓어
스윗한 아부다비 공항 스타벅스
그런데 이제 동양인 이름을 못알아듣는


도착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아부다비 공항. 다음 비행기까지 4시간이나 남아버렸다.
아부다비 시간으로 22시, 한국시간으론 새벽 3시이기에 따로 식사를 하기도 애매한 상황. 스타벅스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시간이 생긴 김에 에티하드 항공 상담사와 연결하여 자리를 23에서 16으로 옮겼다. 집에 갈 때는 날개뷰 아니다 GPT 이자식아.


## 아부다비 투 마드리드

같은 23K, 같은 날개뷰

한국시간으로 따지면 밤을 샌 것과 같아 출발 후 30분 쯤 주는 가벼운 스낵(칩 또는 오레오)을 받고 바로 기절했다.
이번 비행기도 마찬가지로 과속을 밟아 원래 예정시간이던 08:30보다 50분 빠른 07:45에 도착이 찍히는 것을 보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쳐맞기 전까진.

문제의 Renfe 티켓

마드리드에서 프랑스길의 시작인 생 장 피에르포드로 가기 위해선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나는 착륙시간이 애매해서 12시에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6시에 팜플로나를 도착하기로 하기로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서 잘하면 10:32 마드리드 아토차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탈 수도 있을 것 같아진 것.
기차를 탈 경우 비용은 물론 비싸지만 4시간이나 일찍 도착하게 되어 훨씬 이득인 상황. 한 번 모험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은 했다. 하지만 과정은 정말이지 험난했다.


08:06 비행기 탈출
08:56 입국심사 통과 후(줄이 생각보다 길었다) T4s  터미널에서 T4 터미널로 이동하는 셔틀 탑승
09:01 T4 터미널에서 운 좋게 짐을 바로 찾음
09:02 지옥 같은 렌페 티켓 발권의 시작
미친 티켓 머신, 다른 언어를 눌러도 제목만 바뀌고 내용은 스페인어 그대로이다.
09:15 대충 감으로 때려맞춰서 어찌저찌 아토차행 티켓 한 장을 뽑는데 성공. 16분에 출발하는 시내행 열차 탑승을 위해 달려 내려간다.

가지마라~ 가지마라

09:17 출발하는 C1 열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망한다.
09:40 다음 열차를 초조하게 탑승한다. 구글맵은 이 열차를 타면 아토차역에 10:20에 도착하노라 말한다.
09:57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는 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여기서 09:59 출발하는 다른 노선으로 환승해야한다.  구글맵에선 플랫폼 10이라고 나와있었으나 실제로는 7번 플랫폼에 있는 것을 보고 내달려서 탑승한다.
10:05 59분에 출발한다던 열차는 아직도 출발하지 않는다. 아무런 예고도 고지도 없이, 스무스하게 예정보다 6분 늦게 출발
10:20 아토차 역 직전에 멈춰서 대기.. 커져가는 초조함
10:24 마침재 아토차 역에 하차. 인포메이션 조끼 입고 있는 아저씨들이 보일때마다 ''팜플로나!!!!'하고 외치자 손으로 방향을 알려준다.
10:26 열차 플랫폼에 도착. 보안검사를 통과해야한다
10:29 열차 탑승...!
10:32 제 시간에 출발하는 팜플로나행 기차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정말 얌전해서 있는줄도 몰랐던 강아지

11:26 옆자리 아저씨 다리 밑에 강아지가 있는 것을 지금에서야 발견함. 귀엽다!!!


## 웰컴 투 팜플로나

팜플로나 기차역

팜플로나 기차역에서 20분정도 걸어 미리 예약한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스태프가 세요를 찍어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럼 다음 번에 찍어줄게! 하며 웃어넘긴다.

첫 알베르게
캡슐호텔 같은 곳이었다

아침부터 뛰어다녀서일까, 시차 적응의 문제일까. 가벼운 감기몸살 증세가 겹쳐 오후 6시쯤 끼무룩하고 잠들어버렸다. 아쉽지만 첫날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