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한지 일주일 하고도 하루 더해 8일차가 되었다. 매일매일 포스팅 하겠다는 다짐은 첫 날 피레네를 넘으며 박살난지 오래. 드디어 8일차인 오늘에서야 좀 적응이 된 것인지 글을 써볼 여유가 생겼다.

생장에서부터 로그로뇨까지의 일주일은 일반인인 내가 순례자로 변하는 이른바 튜토리얼 기간이었다.
이 기간동안 나는 걷고, 씻고, 빨래하고, 먹고, 자는 단순한 일상에 익숙해졌고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Hola! Buen Camino! 라고 인사하는 것에 인색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길 위의 순례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이 길을 걷고 있다. 퇴직 후 백패커로서의 영혼을 찾기 위해 온 사람, 이별 후 재시작을 위해 온 사람, 그저 이유 없이 길이 불러서 왔다는 사람 그리고 길을 걸으며 이 길을 걷는 이유를 찾는 나. 산티아고 도착 전까지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첫 날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내 발을 움직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누군가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순 있다(실제로도 그랬다). 길은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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