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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제주도

고민이 많던 새벽, 이대로 있다간 또다시 집에서 궁상만 떨 것 같아 당일치기 제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여유롭게 나섰다가 출발 비행기를 놓치는 사소한 이슈가 있었지만, 어찌저찌 급하게 한시간 뒤의 비행기를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잡을 수 있었다.

얼마만의 제주도인가, 갑작스런 여행이지만 설레이는건 어쩔 수 없다.

괜히 찍어보는 전광판과 비행기 샷

 

저멀리 아련한 대한항공

 

아,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였을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세상에 비행기가 어찌나 덜컹거리고 떨리던지. 설렘은 출발과 동시에 날아가고 불안과 긴장으로 가득찬 비행이었다.

비행기가 마치 시골길을 달리는 자동차 마냥 흔들거리고, 중간중간 예상하지 못한 방지턱을 만난 듯 하늘에서 덜컥 튕기기까지 해서 점점 초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꾸로 봐도 제주도 도착 인증용 포토존

 

하지만 아무튼 도착

짐이래봐야 작은 배낭 하나뿐이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선다.

출구까지 '나 제주도 왔소-' 할만한 포토존도 많아서 기분이 금새 나아졌다.

 

제주 올레 트레일

돌고 돌아 제주올레길에 서다

작년 가을, 10년 근속휴가로 10일의 연차가 생겼었다.

두 번의 주말까지 포함하면 거의 2주의 시간이 주어졌다.

장기 휴가가 언제 또 돌아올지 모르니, 어디 멀리라도 다녀올 요량으로 알아보다 결국 꽂힌 것이 [순례자의 길]이었다.

 

가장 많이 간다고 알려진 [프랑스 길]은 30~35일의 일정이니 불가능.

대신 나 같은 직장인(?)을 위한 짧은(??) 코스인 10~12일의 [포르투갈 길]이 있더라.

우스갯소리로 프랑스 길에는 그렇게 퇴사자들이 많고, 포르투갈 길에는 휴가자가 많다고 하던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하지만 장기근속휴가는 회사에 의해 반려당해 결국 순례자의 길은 가지 못하게 됐고

대신이라면 대신이랄까 언젠가는 가까운 제주 올레길을 돌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

새벽에 생각이 닿아 부랴부랴 제주 올레패스포트도 구매, 공항에서 바로 수령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올레길의 이정표 두 색깔의 리본

 

끝내줬던 하늘

 

오늘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17코스를 돌아보기로 한다.

짧은 코스이지만 북쪽을 따라 용두암도 보고, 동문시장까지 닿는 알찬 코스다.

제주공항을 나오면 정식 코스는 아니지만, 제주공항을 기점으로 17코스 시작점까지 가는 [공항올레]라는 길이 있다.

제주공항을 왼쪽에 끼고 크게 돌아 북쪽 어영소공원까지 가는 코스인데...  

 

친구가 이게 올레길인지 수용소 가는 길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사진

 

정식 올레길도 아닐뿐더러, 사진처럼 뷰 역시 살벌하다.

평소라면 볼 일이 없는 화물청사도 보고, 쉴새없이 비행기들이 날아오르는 활주로도 볼 수 있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이 길로 시작하겠다고 하면 뜯어말리고 싶다.

 

제주 접짝뼈국 [본날]

 

다만 [공항올레]는 정말 재미도 없고 뷰도 별로인 루트였지만 이 가게가 루트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처음 먹어보지만 익숙한 그런 맛.

공항 인근에 있으니 다음에 제주도를 온다면 [본날]의 접짝뼈국으로 여행을 시작하거나 마무리 할 것 같다.

 

제주공항 활주로를 크게 끼고 돌아가는 길

 

식사를 마치고 공항길을 계속 걸어간다.

활주로를 끼고 크게 돌아가다보니 살벌한 철조망 뷰는 계속 된다.

체감상 10분에 한 번씩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이젠 인도조차 없다

 

공항길의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땐, 인도조차 없는 차도를 가로질러야했다.

의심스러울 때마다 한 번씩 발견되는 두 갈래의 리본만이 이 길이 올레길이라는 증표가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시작점에
간세와 스탬프

 

한 시간정도를 걸어서 드디어 17길의 중간 지점인 어영소 공원에 도착했다.

미리 구매한 올레길 패스포트(₩20,000)에 스탬프를 찍고 이제 진짜 올레길 트레킹을 시작한다.

* 모바일 올레패스 관련

올레패스 어플이 있어 올레길의 정확한 GPS 정보를 수신하고 맞게 걷고 있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다만, 실물 올레패스를 구매하면 모바일 올레패스에서도 스탬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줄 알았는데, 이건 또 별도 구매가 필요하다고 한다. 어느 한 쪽을 구매했으면 할인 쿠폰이라도 주면 좋았을텐데 이 점은 아쉬웠다.

 

이제서야 제주도에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파도 치는 바다를 보며 쭉쭉 걸어나간다.

파도치는 바다.. 파도..치는..?

 

불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벽을 밀고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무지막지한 역풍이 불어왔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갔다면 등을 밀어주는 고마운 바람이었겠지만, 이미 이쪽 방향으로 가기로 한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어쨌건 바람을 뚫고 전진한다.

 

용두암도 보고

 

용연구름다리도 지나고

 

성안올레 리본

 

가는 길 중간중간 내가 맞게 가고 있나 의심이 들게 했던 노란색과 회색의 리본

나중에 찾아보니 [성안올레] 라고 제주 옛 도심을 따라 걷는 또 다른 올레길이라고 한다.

 

리본을 찾아보세요 > 정답

 

올레길이 도심으로 접어들자 리본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맞게 걷고 있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길 잠깐 벗어난다고 내가 걷는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걷는 것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닥에 파란색 선을 따라 걷거나 애매할 때 한 번씩 등장하는 리본을 따라 걸어갔고, 그래도 정 햇갈릴 땐 올레패스 어플을 참고했다.

 

귀여웠던 돌담 벽화

 

오래된 여관 창틀에 묶여있던 두 갈래 리본

 

갈라지는 골목에서 만난 올레길 화살표

 

갈라지는 길에선 이렇게 파란색/주황색 화살표로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파란색이 정방향, 주황색이 역방향으로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제주목관아와 칠성로 쇼핑타운을 지나

 

도심을 걷는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코스 중에 제주목관아가 있어 한 번 둘러보고 나올 수 있었다.

칠성로 쇼핑타운도 가로질러 가는데, 연 곳보다 닫은 곳이 많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드디어 도착한 18코스 시작점, 김만덕 기념관

 

드디어 17코스의 종점이자 18코스의 시작점인 [김만덕 기념관]에 도착했다.

도장을 찍고 기념관 내부에 있는 공식안내소에 들려 올레길 마그넷을 하나 구입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안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콘센트를 찾아 핸드폰을 충전하며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기로 한다.

 

동문시장의 아이스크림과 제주 스타벅스 한정메뉴 한라봉 블렌디드

걷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까진 여유가 있어 동문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야시장이 활성화 되어 많은 부스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들고 다니면서 먹기엔 좀 헤비한 음식들이라 밀크 아이스크림만 한 컵 사들고 시장을 구경했다.

 

시장을 구경하고 나선 굳이 읽겠다고 들고온 책을 읽기 위해 스타벅스에 앉았다.

그래도 제주도에 왔는데 귤 음료는 하나 먹어야하지 않을까 싶어 음료는 한라봉 블렌디드로 주문.

 

돌아가는 비행기

 

당일치기였냐는 친구들의 경악을 뒤로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산티아고 순례길 예행 연습이라기엔 짧디 짧은 반나절의 여행이지만 걷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참 좋았다.

생각을 비우기 위해선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하나보다.

-완-

# 서론

정말 정신 없이 흘러간 한 달이었다.

 

나는 통계학 전공이긴 하지만 따로 SQL을 배운 적은 없었다.

현업에서도 SPSS와 엑셀만 사용했기에 SQL은 사실 사내에서 프로그래머들이나 사용하는 툴이라는게 내 인식이었다.

하지만 직장 선배의 권유로 SQL 공부를 시작해야 했고, '엑셀보다 쉽고 빠른 SQL'이라는 이름에 홀려 스파르타 스터디를 수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스터디로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덧셈과 뺄셈만으로 데이터 처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온몸 비틀기가 SQL만 있으면 더더욱 간단하게 끝났다는 것!!!!

 

# 스터디에서 만족한 점

 

1. 부담 없는 구성

 

스터디를 신청하면서 작성했던 글에도 남겼지만

내가 스파르타 코딩클럽 SQL 스터디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실무 SQL 3주 완성]이라는 제목이었다.

어떻게 3주 완성이 되나 궁금했는데, 총 5장으로 구성된 강의를 1주차: 1-2장 / 2주차: 3-4장 / 3주차: 5장으로 나누어 수강하는 구조였고, 각 장은 10~15분의 강의 8~10개로 구성되어 있어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 같은 게으름뱅이 직장인도 '그래도 하나는 들어야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걸 스파르타 코딩클럽에선 '마이크로 강의'라고 표현했다)

 

2. 노션 요약 노트와 실습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

실습에 사용한 데이터와 각 주차별 요약 노트(노션)

 

1주차 시작은 스파르타 코딩클럽에서 제공한 DB에 연결하여 다운로드 받는 것부터 시작한다.

각 주차별 내용이 노션 요약노트로 제공되는 점도 참 좋았다.

 

3. 질의 응답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튜터

 

각 장의 마지막은 실습 과제로 구성되어 내가 작성한 코드를 제출하는 구조였다.

나는 이게 보통의 온라인 강의가 그렇듯 요식상의 제출만 하고 넘어갈 줄 알았다.

아니 그런데 웬걸, 내가 제출한 코드가 다음 날 평가가 되어 돌아오더라.

??? 뭐 내가 뭐가 틀렸다구요?

 

내가 평소 쓰던 SPSS의 명령문 방식으로 작성했더니 해당 코드로는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피드백.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했지만, 내가 이해한게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자 난생 처음 [학습 질문]도 남겨봤다.

그러자 금새 달린 튜터님의 답변.

나 혼자서 벽보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아 참 좋았다.

선생님 그래서 제가 이해한게 맞나요?
그게 맞아요~~

 

 

 

 

# 스터디를 끝까지 완주하게 한 원동력

'진도율 관리가 있어 완주할 수 있었어요' ~~라는 뻔한 이야기도 좋지만

결정적으로 강의를 선택하게 된 것은 동기부여 시스템, 조금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페이백💸이었다.

 

1. 자기부담금 환급

국비교육이다보니 완주만 해도 자기부담금 49,000원이 환급된다

즉, 강의를 신청하고 당연히 해야할 일만 해도 0원이 된다는 것

 

2. 네이버 페이 이벤트

3주간 매주 미션 인증만 진행해도 네이버 페이 이벤트를 참여할 수 있다.

미션 인증이라는 것도 거창할 것이 없다. 그냥 강의를 듣고 난 화면을 캡쳐해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 역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

 

결국 종합해보면 강의를 신청한 사람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하기만 해도 페이백이 된다.

강의를 들었는데 오히려 돈이 늘어난다고? 이걸 어떻게 안할 수 있을까.

벌써 한 달이나 지난 나의 1주차 미션 인증글

 

# 스터디에서 아쉬운 점

그래도 아쉬운 점을 굳이굳이 이야기 해보자면..

 

1. 짧다

 

강의가 짧은 것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3주 완성을 목표로 구성된 강의다보니 실전압축 강의라는 목표에는 완벽히 부응하지만 그렇다고 '완성'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SQL 입문자를 위한 3주 스타터팩에 가깝다.

배운 기능들을 좀 더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시점에서 강의가 끝나버리니 괜히 아쉬운 점이라고 표현해본다.


2. 실습 목표의 애매모호함

실습 관련 내용

해당 강의에서 배운 내용으로 실습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요약 노트에 작성된 글만으로는 정확한 문제 내용이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문제를 직접 풀고 싶은데, 문제가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지 않으니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해설을 확인해야하는 아이러니.

 

# 그래서 추천하는가?

그렇다. 추천한다. 나도 내가 이렇게 후기글까지 써가며 추천하게 될 줄은 몰랐다.

SQL에 관심이 생겼는가? 스파르타 스터디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말만 들어선 영화 300처럼 걷어차면서 공부를 시킬 것 같지만, 이름과 달리 아주 상냥한 강의다.

조금만 성실해도 끝까지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할 동기가 모자랄까 중간중간 달래기까지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강의를 통해 배운 SQL을 조금씩 적용해봤더니,

그동안 내가 한 몸비틀기는 뭐였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해결된 것들이 많았다.

어서 배우자 SQ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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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이나 걸어볼까~ 외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방문한 제주

 

그래도 이왕 온 것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라고 생각하며 구글맵을 뒤지다

평점 4.5의 접짝뼈국을 판매하는 [본날]이라는 가게를 발견.

마침 가려던 올레길 코스와 동선도 겹쳐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갔다.

 

깔끔한 가게 외관

 

공항에서부터 차로는 5분, 걸어서는 30분 거리에 위치한 가게.

접짝뼈구이나 고기국수도 궁금했지만, 그래도 역시 접짝뼈국을 주문한다. (12,000원)

 

먼저 세팅된 반찬들

 

국밥집에선 보기 드문 양념게장이 반찬으로 나왔다.

반찬들 모두가 맛있었지만 따로 판매도 하신다는 오징어젓갈이 특히 더 맛있었다.

 

접짝뼈국(12,000원)

메인메뉴 접짝뼈국.

첫인상은 영락 없는 하얀 감자탕이었는데, 감자탕과는 전혀 다른 맑고 진한 돼지곰탕의 맛이 느껴졌다.

 

국물은 어느정도 간이 되어 있어 따로 추가할 필요가 없었고,

부드럽게 잘 삶아진 고기들은 저 뚝배기 안에 꽉꽉 채워 들어있어 고기만 먹었는데도 이미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최근에 먹은 탕반류 중 가장 맛있었고, 아마 제주도를 다시 가게 된다면 꼭 들릴 것 같다.

제주공항 바로 앞에 있으니 여행의 시작이나 끝을 장식하지 않을까.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었다.

본날

08:00 ~ 20:00

매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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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핥기로만 알고 있던 SQL이 이제 정말정말 필요하게 되었다.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SQL 책은 두꺼워서 쳐다보기 두렵고, 급한 마음에 구글링을 해본다.

'SQL ㄱ..ㅣ..ㅊ..ㅗ..'

 

스폰서 광고로 가장 처음 나온 링크가 눈에 들어온다.

3주 실무 완성이라는 자극적인 멘트는 뭐든 짧게 빨리 끝내고 싶은 30대 직장인에게 너무나도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3주 완성이라고? 이런게 가능하다니

 

 

스파르타 코딩클럽, 몇 년 전 지하철 스크린 광고로 본 기억도 있고 출퇴근길 지하철 광고 멘트로도 들어본 기억이 난다.

 

링크를 클릭해 빠르게 강의 구성을 살펴본다.

챕터 1부터 5까지 각 챕터별 7~9개의 영상, 시간으로는 챕터 당 1시간 10분 내외로 끝내는 구성이다.

하지만 '스파르타'라는 이름에 걸맞게, 총 5주로 구성된 커리큘럼을 3주만에 끝내는 코스라고 한다.

 

마음이 다급한 나에게는 너무나도 적합한 강의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구성을 49,000원, 49,000원에 드립니다!"

머리 한구석에서 홈쇼핑 멘트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끊임없이 소리를 치고 있었다.

링크를 클릭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무언가에 홀린듯 HRD넷에서 역량훈련 등록까지 마치게 되었다.

몇 년만에 자기 의무를 수행한 내일배움카드

 

그렇다, 내일부터 시작이다

 

 

매주 밴드에 수강 인증 미션도 해야하고, 성실하게 참여하면 페이백도 있고(중요)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보상이 혼자 공부하기 힘들었던 나에게도 완주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건실하게, 끝까지 완주해보자.

안재홍씨도 코딩을 배우셨을까

 

 

 

240104_우육면관

2024. 1. 4. 23:31

 

시청 근처에서 끝나는 하루

박사장에게 수없이 추천 받았던 우육면가를 가보기로 한다

당연히 특이지

 

 

 

저녁 7시, 대기인원이 살짝 있다.

작은 가게지만 2층에도 자리가 있어 회전은 잘 되는 것 같다.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입장했다.

 

 

우육면특(1.4)과 오이소채(3.0)

 

맛있었다.

면도 맛있었고, 고기 고명도 맛있었지만 특히 국물이 정말 맛있었다.

애매하게 맑은 국물이 아닌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향이 참 좋은, 맛있는 우육면이었다.

 

같이 시킨 오이소채는 맛이 특별하다기보단 친구의 말마따나 "있어서 우육면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맛이었다.

메뉴판에 적힌 "우육면과 천하제일 궁합"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자리마다 취향껏 먹을 수 있게 라장과 갓 반찬이 있다.

취향껏 한두스푼 추가해 먹으라던 라장은 내게는 조금 매운편이라 따로 넣지 않았고,

대신 반찬으로 먹을 수 있었던 갓도 참 맛있어서 손이 절로 갔다.

 

 

메뉴판

 

혼자 왔기에 수교까지 시키면 다 먹지 못할 것 같아 추가하지 않았는데,

우육면을 먹고 나니 수교 역시 기대가 됐다.

아쉽지만 다음에 오면 먹어보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청계천

 

즐거운 퇴근길이었다.

 

 

우육면관 청계천점

매일 11:00 ~ 20:30
매일 휴게시간 14:30 ~ 17:00

 

우육면(특) 7/7

오이소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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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1. 첫캠핑-험난한 예약

기세 좋게 이것저것 캠핑 장비를 구매한 것까진 좋았는데, 아뿔싸 캠핑장 예약을 안했다.
이 무슨 주객전도인가.
대캠핑시대, 날도 단 2주를 남긴 시점에서 캠핑장 예약은 쉽지 않았으나 어찌저찌 어케저케 남아있던 캠핑장을 발견하고 예약 성공.
그게 바로 고양시 서삼릉 청소년캠핑장 되시겠다.

당일 3.0 + 숙박 시 2.0

가격은 13시부터 21시까지의 당일형(\3.0)+21시부터 익일 12시까지 지내는 숙박 옵션(\2.0)을 더해서 \5.0
네이버 예약으로 \5.0 결제 완료. 이제 날만 기다리면 된다.


#1_2. 혼자왔니?

입구

서삼릉청소년야영장(a.k.a.한국 스카우트연맹 중앙훈련원)
13시부터 입영인데 누워서 여유 부리다가 15시 다 되어 도착.

짧은 숲길 너머에 캠핑장이

이런 짧은 숲길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아 좋다

본관

도착하면 본관 2층 사무실에서 발열체크를 해야한다.
본관(삼각형 건물)이라고 안내를 받았는데, 이렇게까지 삼각형 건물일줄은 몰랐다.
화장실과 개수대가 본관 1층이라 나중에도 계속 들락날락

본관 2층의 사무실과 복도를 가득 채운 스카우트 관련 자료들

본관은 이 곳이 단순 캠핑장이 아니라 스카우트 훈련원임을 증명하듯 잼보리들 패치와 관련 사진들이 그득그득하다.
토요일인데도 행사가 있는지 스카우트 복장을 한 소년들도 돌아다닌다.

관리인: 일행분도 다 함께 오셔야하는데!
Wosk: 저 혼자 입니다.
관리인: 일행분은 그럼 몇시에 오시나요?
Wosk: 아뇨 저 혼자 입니다.
관리인: 아, 그럼 방문객은 있으신가요?
Wosk: 아니요 저 혼자 입니다.
관리인: 아..
;)

장작, 1만원

야영장에서 판매하는 장작, 1망 1만원
장작이 조금 적은 것 같다며 올려주신 덤까지 잘 챙겨서 들고 내려간다.


#1_3. D-25에서 나는 울고 싶어라

D-25 데크

D-25 ~ D-30 데크는 옆에 1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고 했다.
짐 들고 열심히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좀 있어보이려고 찍어둔 장비떼샷

일단 가진 장비 다 내려놓고, 있어보이는척 사진을 찍고, 다시 다 내리고 텐트부터 치기 시작.

카즈미 티어돔 네오(가 될 것)

열심히 유튜브 예습한대로 그라운드 시트 깔고 이너텐트 깔고, 폴대 끼우는 것까진 성공했는데 이놈의 이너가 서질 않는다.
한시간여를 붙잡고 씨름한 결과, 빠르게 포기하고 나보다 늦게왔는데도 옛저녁에 텐트를 다 치고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던 옆동에 찾아가 비굴하게 물어본다.
"혹시 한 번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한시간동안 말을 안듣던 내 텐트인척 하던 천더미가 낯선 아저씨의 손길을 받자 1분만에 척척 텐트가 된다.
아니 이게 왜 아니 왜 내가하면 왜
이너 텐트만 세우고 나니 그 다음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었다.

애니웨이 완성

인디언 행어 펴고, 테이블도 펴고, 장비들도 착착 놓으니 그럴싸한 캠핑존이 완성.
점심으로 여유롭게 냉면 한사발 할 요량으로 밀키트도 사갔는데, 어느덧 애매한 저녁 시간이다.

#1_4. 드디어 찾은 평화와 여유

우선은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기로.
평화롭다 평화로워

본관에서 내려오며

저녁은 고기지

냉면을 먹으려고 꺼내보니 면을 삶고 또 행궈야된단다.
방금 본관에서 내려왔는데, 다시 면 씻겠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미국에서 넘어오신 분을 꺼내어 구워먹을 준비를 한다

치이익

썰고_다시_구움

갬-성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그리들에 올려 규카츠마냥 한 점씩 다시 구워먹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 NC는 기념비적인 시즌 4123호 해-체를 하시고, 엔씨팬 아저씨는 서러워 눈물을 흘렸다나 뭐라나

불멍과 건프라

금속받침대와 방염포가 있어야 데크 위에서 불멍을 할 수 있고, 둘 다 없는 나는 그냥 데크 앞에 두고 보기로 했다.
(없다면 대여(\0.5)나 구매(\2.5)도 가능) 이런면에선 데크가 아니라 일반 바닥도 좋을 것 같았다.

친구가 선물 해준 건프라. 최근 시간도 여유도 없어 만질 기회가 없었는데 이참에 해보려고 들고와 펼쳐본다.
원래라면 점심 먹고 오후에 여유롭게 조립하려고 했던건데 뒤늦게 꺼내들었더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아쉽지만 몸통만 끝내고 종료

#1_5. 철수 철수
다음날, 건너편 사이트 아이들이 아침부터 활기차다.
온몸이 맞은 것처럼 욱신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자충매트를 추가로 사야될 것 같다.
콧물이 줄줄 새는 것이, 어쩐지 감기도 걸린 것 같다.
간단하게 라면 한그릇 끓여먹고 철수를 하기로 한다.

- 철수는 정말 힘들었는지 사진 한 장 없다 :)...
펼 때는 몰랐는데, 텐트는 설치도 고생이지만 철수도 만만치 않다.
텐트 중고 판매자가 보여주면서 "절대 이 모양 그대로 안돌아오실거에요"라고 자신만만하게 웃던게 기억난다.
(진짜로 안돌아오더라) 그래도 용 써서 간신히 가방에 넣을 정도로는 정리하는데는 성공.

아침 10시, 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출발.
짧지만 즐거운 1박 2일이었다.

#6_1. 화장실에 갇힌 남자.

 

새벽 5시.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구글 맵을 켜고 현재 위치를 찾아본다. 연착이면 어쩌지? 택시를 타고 지성을 찾아가야 된다고?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연착은 당연하다며 호언장담하던(?) 지성의 말과 다르게 지도에서 룩소르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정도 거리면 연착되어도 7시 이전에는 도착할 수 있으리라.

 

긴장이 풀려서일까, 요 며칠 소식이 없던 배에서 연락이 온다. J가 깰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방을 나왔다.

객실 내에 화장실은 따로 없기 때문에 옆칸의 공용화장실로 들어갔다. 걸쇠는 고장 난 것 같고, 문 아래쪽도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발로 몇 번 차서 문을 닫고 이 새벽에 올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손잡이를 붙잡고 거사를 치렀다.

 

속을 비워내고 문을 잡아당기는데, 당겨지질 않는다.

힘껏 당겨봐도 위쪽만 조금 움직이고 열리질 않는다.

싸늘하다.  식은땀이 난다. 

 

실제상황

일단 급하게 J에게 보이스톡을 걸어봤다. 기차 소리 때문에 못 들으면 어쩌지, 무음이면 어쩌지, 진동이면 어쩌지.

자기 전에 데이터가 오락가락한다고 했던 J의 말도 기억이 났다.

W(31) 이집트 기차에서 똥 싸다 갇혀서 여기 잠들다......

 

"야 여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조된 나

다행히 J도 내가 나가고 얼마 안 돼서 알람을 듣고 일어났고, 이놈이 어딜 갔나 싶어서 카톡을 봤더니 미친 듯이 구조요청 보이스톡이 와서 구하러 왔다고 했다. 정말 못 나오는 줄 알았다.

 

속절 없이 평화롭던 객실 복도

아침부터 한바탕 난리를 피운 뒤 룩소르에 내릴 준비를 하고 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아침을 가져다주었다. 

 

여행 내내 만난 딸기잼, 치즈, 꿀 그리고 빵

[J]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갔는지 감이 안 오길래 카톡 메시지는 남기고 갔겠지 하고 
무심코 핸드폰을 보니 다급해보이는 보이스톡이 하나 와 있었음

다시 걸어보니 인터넷 사정이 영 좋지 않아 보이스톡은 못함

결국 여러 번 보톡 시도 끝에 통화는 실패하고 카톡 메시지로 상황 파악해 구출
기차는 연착 안 하고 잘 왔는데 못 내릴뻔 

 

 

#6_2. 살라남바완.

 

 

어느새 밝아진 바깥

어젯밤 기차를 타면서 룩소르까지 간다고 했더니 승무원이 와서 룩소르에 도착한다고 알려주었다.

도착시간은 새벽 6시 15분. 05:55가 정시 도착이었으니 이 정도면 거의 정시에 도착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아무래도 자기 전에 날린 기도가 제대로 도착한 모양이다.

 

여기서 내려

 

룩소르에 도착을~~~했습니다!

룩소르에선 투어를 하기로 했고, 미리 한국에서 룩소르 원데이 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 "지성"과는 어제 통화한 것처럼 7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아직 시간은 좀 남은 셈이다.

 

룩소르 역에서 나가자 누가 봐도 관광객 행색인 우리 둘을 삐끼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헬로 마이 프렌드! 어디까지 가니, 숙소는 잡았니?"

계속 여기 있다간 남은 시간 내내 어그로가 끌릴 것 같아 다시 역 안으로 피신했다.

 

룩소르 역사 내부

[J]

이집트가 중동 국가 중에서는 그래도 치안 상황이 양호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테러" 가 발생한 적이 몇 번 있다보니
각 기차역/지하철역마다 X레이 포함한 검문이 있다.

 

근데 꼼꼼하게 하는 것 같지는 않음, X레이 통과시키려면 짐 풀고 가방 풀고..

귀찮기는 오질라게 귀찮은데 효과가 있으려나

 

역에 있던 카페테리아

 

살라 남바완 살라 남바완

"과장님 이집트 가셔서 현지인이랑 뭔가 문제 있으면 일단 쌀라 남바완 하세요 쌀라 남바완"

리버풀 팬인 사무실 후배가 이집트에서 문제 생겼을 때 꿀팁이라며 알려준 그 말이 불현듯 기억났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역의 카페테리아 기둥에 래핑까지 되어있을 정도면 진짜 국민 영웅인가 보다.

 

J와 헛소리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새 7시.

약속 시간이 되어 역 앞으로 나가자 저 멀리서 잘생기고 키가 큰 이집션이 휘적휘적 다가온다.

그 유명한 룩소르의 "지성"을 만났다.

#5_1. 고요한 모스크 오브 이븐 툴룬.

 

 

낯선 곳에 우리를 던져두고 가는 뒷모습

카이로 시내로 들어오자 좀 막히는 듯했고, 30분 정도를 달려 모스크에 도착했다.

정상 가격은 21파운드였지만 피크타임이라 2배를 받아 42파운드를 계산했다.

기사와 가격 실랑이를 할 필요도 없고 목적지를 손짓 발짓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우버.

카이로에서 여행한다면 우버는 절대 필수다. 진짜로. 정말로.

 

아무튼 이게 입구

별다른 안내 표지판도 없지만 구글 지도를 보면 맞게 도착은 한 것 같다. 입구라고 붙어있는 곳 역시 없지만 검색대가 있는 걸 보니 저게 입구인가 하고 다가가니 검색대를 통과하라는 이집션들.

간단한 검색을 마치고 입구를 통과하자 저쪽에서 노인이 이리 오라며 손짓한다.

내부에선 무조건 차야한다며 발싸개를 써야 한단다. 천 주머니나 비닐 중에 고르라는데 재활용할 것도 아니니 비닐을 고르자 아뿔싸, 또 박시시를 요구한다. 이번에는 발싸개 값과 신전을 위한 기부란다.

내지 않으면 붙잡고 보내주지 않을 기세라 발싸개 값으로 5, 기부금으로 10을 냈다. 기부금이 너무 작은 것 아니냐며 구시렁거리는데 무시하고 뒤돌아섰다.

 

고요하고 뜨거운 내부

넓은 안 뜰을 회랑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던 때라 우선은 회랑을 돌아보기로 했다.

 

긴 회랑

긴 복도에 들어서니 거짓말처럼 외부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고요한 복도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본다.

 

조용히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정화되는 기분

 

떼어오고 싶었던 화려한 문양들

줄지어 이어진 아치에는 서로 다른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다.

관리의 탓인지 세월의 탓인지 완전히 지워진 곳도 있고, 아직 빼곡하게 들어찬 곳도 있다.

9세기에 지어진 모스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가 남아있는 것 또한 기적에 가깝다.

 

가운데에 있던 의문의 건물

안 뜰 가운데 있는 건물도 가본다.

 

부서진 플라스틱 의자만 덩그러니

 

저 멀리 보이는 미나렛

 

올라가면 카이로 시내가 보인다던데....

4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태양빛에 차마 저 멀리 보이는 미나렛은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두어 바퀴 둘러본 후 다시 길을 나섰다.

 

물까봐 무서웠다

입구엔 들개들이 서성인다.

놀랍게도 여기가 카이로 최고(最古)의 모스크 입구가 맞다.

 

 

#5_2. 광란의 툭툭이.

 

 

거창했던 원래 계획

구경을 마쳤으니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다음 목표는 파란색 타일이 아름답다는 블루 모스크.

"걸어서" 모스크 오브 이븐 툴룬에서 출발 > 블루 모스크를 들러 구경 > 길을 쭉 따라 올라가 즈웰라 문 도착이라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으나, 여행 첫날+더위+생각보다 무거운 짐 콤보로 포기하고 우리 친구 우버를 다시 한번 타기로 했다.

 

누가 봐도 동양인 관광객

하지만 짧은 거리 탓인지, 기사가 없는 건지 우버는 잡히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간신히 잡은 우버는 근처까지 와서 주위를 계속 빙빙 돌기만 했고(취소 수수료를 뜯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취소 후 다시 잡은 우버는 우리를 지나쳐(ㅋㅋㅋ) 다른 골목으로 가버렸다.

 

결국 우리는 여기서 이집트 여행 통틀어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야 이럴 거면 걍 툭툭이 잡아서 타고 가자"

 

계속 잡히지도 않고 지나가는 우버에 지치기도 했고, 우릴 놀리듯 연달아서 지나가는 빈 툭툭이들에 혹한 것도 있었다.

결정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앞에 나타난 툭툭이를 타고 기사에게 구글 지도와 가이드북을 보여주며 블루 모스크를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 기사, 심상치 않다.

탄다니까 태우긴 했는데 이 동양인들이 뭐라는 건지 전혀 못 알아듣는 눈치 더니, 지나가던 다른 이집션을 붙잡고 얘네 뭐라고 하는 거냐고 물어본다. 붙잡힌 이집션 아저씨는 우리 설명을 듣고는 다시 뭐라 뭐라 뭐라 기사에게 전해줬다.

 

"아 오케이 마이 프렌드"

자신 있게 출발한 툭툭이는 거침없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타본 툭툭이, 최대 볼륨으로 터지는 묘한 이집트 노래, 귓가를 스치는 바람, 이게 낭만이지...라고 생각했다.

 

오빠 달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여자가 지나가면 전부 고개를 돌려 말을 걸질 않나,

좁디좁은 시장 골목을 가로지르더니 중간에 멈춰서 담배를 사질 않나,

구글 지도를 켜놓은 우릴 보더니 자기가 지도보다 정확하다며 소리를 지르질 않나(놀랍게도 아랍어인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 이건 낭만이 아닌데

 

광란의 질주가 끝나고 간신히 도착한 곳은 아무리 봐도 블루 모스크가 아니라 즈웰라 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데려다 달라고 하기엔 도저히 이놈 뒤에 타고 갈 자신이 없어서 그냥 땡큐 땡큐 하고 내렸다.

그러자 손가락 두 개를 펴며 손을 벌리는 이 청년.

아뿔싸, 타기 전에 가격 얘기를 안 했다.

(솔직히 쫄았던) 우리는 20파운드를 또 뜯겼다.

 

[J]

이게 영상으로 보면 안전운전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이게 어떻게 사고 안나냐 싶을 정도

이 운전자 친구의 약 빤 것 같은 운전실력 (+정신상태)이면
중간중간 피우던 것이 대마가 아닐까 싶다

 

 

#5_3. 착한 이집션은 말을 걸지 않는다 2.

 

 

ㅎㅇ

우여곡절 끝에 즈웰라 문에 도착하긴 했는데... 여기도 유명하긴 하지만 가이드북에서 봤던 하얗고 새파란색의 타일이 아른거려 나는 한번 더 J에게 걸어서 가보자고 설득했다. 그렇게 멀진 않으니 한번 가보자고.

그런 우리에게 웬 노인이 말을 걸어온다.

 

"헬로 마이 프렌드! 어딜 가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우린 알아서 갈 길 갈 거다" 

"(버럭) 너희가 많이 속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모든 이집션이 나쁜 건 아니야, 나는 굿 이집션이라고!"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나는 여기 즈웰라 문에서 일하는 기술자(technician)야. 너흰 어딜 가려는 거니?"

"어... 블루 모스크?"

"블루 모스크! 정말 아름답지, 여기서 가까운데 내가 데려다줄게"

"아냐 그냥 우리가 알아서 갈 거다. 길 다 안다"

"오... 너희 정말 많이 당했구나 하지만 진짜 걱정 마, 나는 여기서 일하는 기술자고, 굿 이집션이야. 내가 데려다줄게"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먼저 앞장서는 이집션. 아무리 봐도 사기꾼 같은데 지가 데려다준다는데 어쩌겠냐며 일단 따라가기로 한다.

 

"마이 프렌드, 여긴 학교고 저긴 뭐하는 데고, ##$$%#@#$@#$%^&"

가는 동안 보이는 건물들을 설명해주는 자칭 굿 이집션 기술자와 함께 블루 모스크에 도착했다.

 

당황해서 사진도 못찍었다. 떙스 투 구글

"마이 프렌드, 너희 학생증 있니? 여긴 학생증 받으면 학생 요금 100파운드(!)로 할인받을 수 있어"

"매표소도 없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여기 입장료 없는 거 안다"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누가 여기 입장료 없다고 했어"

"가이드 북이랑 다 보고 왔다. 거짓말하지 마라"

"그 가이드북이 오래돼서 잘못된 거다. 내가 여기 담당자 데려올게 기다려"

그러더니 저 구석에 누워서 자고 있던 다른 이집션을 툭툭 쳐서 깨우기 시작하는 이집트 기술자.

누가 봐도 사기꾼의 모습에 우린 내부 구경도 못하고 급하게 발길을 돌려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잊지 말자, 착한 이집션은 말을 걸지 않는다.

 

[J]

이것이 더블샷
툭툭이 친구한테 사기당하고 이 할아버지한테 사기당하고

이집트에서는 나이가 어리던 많던 상관없이 나한테 말 걸면 사기꾼이다

 

 

#5_4.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그렇게 다시 돌아가는 길. 그 와중에 물도 하나 샀다

사기꾼한테 이끌려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와 다시 즈웰라 문으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 슈퍼에 들어가 생수도 한통 사는 용기까지. 

 

ㅎㅇ 또왔니

다시 즈웰라 문까지 오긴 했는데, 모스크 내부를 보자니 안에서 한창 기도 중인 것 같았다.

우리는 한참을 서성이다 배가 고프니 밥이라도 먹으러 가기로 결정하고 구글에 급하게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뭐라는건지 설명하시오(3점)

여차저차 평점이 나쁘지 않은 가게를 찾고 구글신께서 알려주는데로 길을 따라나섰다.

하지만 뭔가 잘못된 건지 가는 길은 막혀있고, 돌아가는 길은 공사 중이고, 어떤 곳은 경찰이 막고 있고...

사기꾼을 만나고 길까지 잃어버리는 연속 콤보에 패닉이 와버린 우리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람세스 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시간은 16시.. 기차 시간은 20시... 될 대로 되라지

 

치열했던(?) 그날의 동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우버를 불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금방 우버가 잡혔고 15분 정도를 달려 람세스 역에 도착했다. 

 

 

#5_5. 람세스 역.

 

 

크고 화려한 람세스역

람세스 역 내부는 굉장히 크고 화려했다.

카이로에서 룩소르까지 가는 야간 침대열차는 한국에서 미리 예매를 해놨기 때문에 따로 표를 구입할 필요는 없었지만, 출발 시간은 아직 3시간은 더 남았기 때문에 시간을 보낼 곳을 찾아야 했다.

 

2층의 카페테리아

내부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큰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일단 여기서 뭐라도 먹고 가기로 결정했다.

 

뭔가 많이 먹음

배가 고파서

 

많이 먹음 뭔가

많이 시켰다.

 

Hot cide와 Seasonal Juice

 

3시간 동안 죽치고 먹은 것들

 

각각의 가격은 저렴했었는데 이렇게 시키고 나니 260파운드가 넘었다.

그래도 알음알음 쌓여있던 여행 첫 날의 긴장감이 싹 날아가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신 이집션 사기꾼들에게 속지 말자며 우리끼리 다짐하고, 받아온 한게임 맞고(!)를 하며 침대 기차 시간을 기다렸다.

 

[J]

사실 카톡에다 먹은 메뉴랑 가격 써놓은게 
음식점에서도 사기 당할까봐 나중에 계산서랑 대조해보기 위해 기록해둠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대조해보니 계산서랑 달랐는데 따져보니 결론은 팁 포함!

 

1 EGP (이집트파운드) = 75원 

 

람세스 기차역 플랫폼

기차 시간이 다 되어 플랫폼으로 내려왔다.

다행히 (우리가 먼저 말을 건) 청소 직원의 도움으로 우리가 탈 기차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 침대 기차가 비슷한 시간에 차례대로 두 개가 출발한다. 우리가 타는 건 두 번째 열차였는데, 하마터면 앞에 걸 탈 뻔했다.

** 침대 기차는 외국인 전용인지 기차 입구를 직원이 막아서고 있다. 애매하다 싶으면 직원이 이집션들은 타지 못하게 제지하는 게 침대 기차라고 봐도 될 듯.

 

 

낭만 그 자체, 침대기차

카이로에서 룩소르까지 가는 건 총 3가지 방법이 있다.

1. 비행기

2. 침대 기차

3. 일반 기차

차례대로 비용은 저렴해지나 시간은 오래 걸린다.

늙고 병든 직장인 2명은 침대 기차 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침대 기차를 타보겠나, 이 또한 낭만이었다.

 

출발 후 조금 기다리니 직원이 와서 1층 의자를 침대로 바꿔주고,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침대기차 저녁식사

예매할 때 옵션에서 Beef, Chicken 고르는 게 있더라니 식사 메인 메뉴를 고르는 거였나 보다.

내가 시킨 Beef는 묘하게 유사 갈비찜 맛이 났다. 나쁘지 않았다.

 

카이로를 20시에 출발한 기차는 밤새 달려 룩소르에 새벽 6시에 도착한다.

자기 전, 미리 예약한 룩소르 투어 가이드 "지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W님, 어디 호텔에서 출발하시죠?"

"저희는 카이로에서 지금 침대 기차 타고 가고 있습니다. 도착시간 6시라고 나오더라구요"

"아ㅎㅎㅎ 그런데 알고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연착이 당연합니다"

"정시 도착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구요, 예전에 두 시간 정도 늦으셨던 분도 계셨어요"

"제가 7시까지 카이로 역으로 가긴 할 텐데, 혹시 연착돼서 늦으시면 투어 장소까진 알아서 오셔야 합니다"

"제가 정시 도착하실 수 있도록 기도해드리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유창한 한국어로 굉장히 무서운 말을 하고 끊은 지성.

 

심란한 밤이 될 것 같다

낭만 같아 보였던 창문의 커다란 깨진 자국이 갑자기 심란하다.

 

찾지도 않던 신에게 나도 기도해본다.

제발, 빠른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도착만 해주세요. 

#4_1. 놀랍게도, 여기가 입구 맞습니다

 

 

뜨루 쁘렌드를 뒤로하고 기자 피라미드로 향한다.

 

숙소에서 외길인 데다가 저 멀리서 보이니 길을 잃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애초에 여기 오는 사람들은 모두 피라미드로 가고 있으니 사람만 따라가도 된다.

오전 9시인데도 엄청 덥다.

 

이게 입구라구요?

무슨 컨테이너 박스 같은 허접한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다.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는 우리에게 주변 이집션들이 익숙하다는 듯 이게 입구가 맞다, 저기서 표 사면된다며 안내를 해준다.  

 

기자 피라미드 입장권 - 160 EGP
학생증 제시 시 50% 할인 - 80 EGP

 

국제학생증은 없지만 혹시 몰라 챙겨 온 국내 학생증을 제시하고, 영어로 University라고 쓰여있으니 이건 학생증이 맞으며 고로 나는 학생이 맞다고 우기니 몇 번 갸우뚱하다 할인.

이집트 유적지는 학생 할인이 굉장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J와 나 둘 다 화석 수준의 학번이지만 혹시 몰라 옛날 학생증이라도 챙겨 가보기로 했고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University. 일반 학생증이어도 반드시 영어로 쓰여있어야 한다) 

 

ㅗ, ㅗㅜㅑ

숙소에서 나올 때부터 보였고 입장 전에도 봤지만, 눈 앞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입구에 서서 오우야 오우야 피라미드 오우야 하고 있으니 한 이집션이 다가와서 말을 건다.

 

"나는 여기 관리인인데, 내가 길을 안내해주겠다"

"?? 무슨 소리냐 입장료 냈다"

"아니다, 나에게 추가 이용료를 낼 필요는 물론 없다. 하지만 관광객은 이 쪽 길로 갈 수 없다. 날 따라와라"

 

일방적으로 말을 건 이집션은 우리를 이끌고 갑자기 먼 길을 빙 돌아갔다. 그의 논리는 이러했다.

 

"관광객은 그냥 올라갈 수 없다. 낙타를 타고 올라가거나, 마차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무슨 개소리냐, 저쪽에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은 뭔데"

"아 그건 관광객이 아니고 학생들이다. 너희랑은 다르다"

 

아! 이거 또 사기구나!

 

의도적으로 낙타 주차장(?), 마차 주차장(?) 방향으로 돌아간 이집션은 우리가 영 호응이 없자 갑자기 포토스팟에 데려다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이때 끊었어야 했지만, 우리는 아직 Lv1의 쪼렙 여행자였다).

 

사기인건 알았지만 사이좋게 당한 호구 둘

핸드폰을 달라고 한 이집션은 이내 자세까지 알려주며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줬다.

그리곤 우리를 물끄러미 말없이 바라본다.

 

아! 이게 박시시구나!

 

박시시는 이집트 특유의 문화라고 했다.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눈다는 뜻이라는데, 이게 좋게 말해 팁이고 솔직히 말하면 삥 뜯기다.

부유한 여행객인 너에게 내가 이런 호의를 베풀었으니 좀 나눠줘라 이거다.

 

역시 소중한 교훈은 무료가 아니라 유료인 모양이다. 20 EGP에 그의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땡큐 땡큐ㅎㅎㅎㅎㅎ"

어이가 없어 앞에서 한참을 웃고 있는데, 지나가던 서양인 커플이 우리를 보더니 너희도 속았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자 여기 이집션들 전부 Lier라며, 아무도 믿지 말라고 소중한 충고를 건네주었다.

 

[J]

이 때 처음으로 이집트의 태양을 느껴봤는데, 10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 더웠다.
일단 날씨에서 육체적 피로 +10
들어가자마자 말 거는 이집트인때문에 정신적 피로 +10

 

 

#4_2.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멀리 있음

 

 

크고 아름다운 피라미드

아무리 봐도 길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냥 언덕길을 따라 쭉 올라갔다

입구에서 봤을 땐 그렇게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았는데 10분은 넘게 올라가도 피라미드는 계속 그 자리에 있고 가까워질 생각을 않는다.

이렇게 된 거 정면샷이나 찍자고 올라가다 말고 사진 삼매경.

 

나성범 쾌유 기원한답시고 들고갔는데, 이날 하루 찍고 안꺼냈다

 

낙타와 피라미드와 나

 

왠지 앉아서 찍으라고 만들어놓은 듯한 돌무덤(이미 지쳤다)

 

이날의 베스트샷

 

황폐한 유적지

한참을 올라가서야 3개의 피라미드 중 두 번째로 큰 카프레의 피라미드 앞까지 도착.

4천 년 전의 유적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더 충격인 건 관리 상태였는데, 돌에 낙서는 예삿일이요 부서져서 떨어져 나간 돌들도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지나가던 이집션이 첫 번째 단까지 올라가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압도적인 크기에 반대편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피라미드 옆으로 넘어가자 그 많은 관광객의 소음이 거짓말 같이 들리지 않는다

한 바퀴 돌았다간 쓰러질 것 같아서 적당히 멈추고 다시 사진 삼매경

 

보이지도 않는 나

 

화각에 차마 다 담기지 않는 엄청난 크기

돌 한 칸이 나보다 크거나 나만 했다

와 이걸 어떻게 사람이 와 이거 외계인이 지었다고 해도 에바다 와 말도 안 된다 감탄의 연속

 

갑자기 나타난 꼬맹이들

한참을 찍고 뒤를 돌아보니 어디서 이집션 꼬맹이들이 몰려와서 사진을 찍자고 한다

지금 돌이켜보니 얘들도 뭘 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 둘 다 피라미드 크기에 취해서 못 알아듣고 그냥 무시했던 것 같기도

 

쿠푸왕의 피라미드로

사진도 찍을 만큼 찍었으니 다음 코스로 이동

쿠푸왕의 피라미드 앞에서 발견된 태양의 배가 있는 태양의 배 박물관으로 간다

사진으로 보면 가깝지만 저놈의 박물관 역시 걸어서 10분 거리다

 

4천년 전의 배가 하늘을 날고 있다

태양의 배 박물관 입장권 - 100 EGP
학생증 제시 시 50% 할인 - 50 EGP
내부 사진 촬영권 - 50 EGP

Lv1의 관광객은 정직하게 내부 사진 촬영권도 구매했지만 더위에 지친 우리는 채 10장도 찍지 못하고

우와 배다 우와 배다 우와... 배네

의미 없는 감탄사만 내뱉은 뒤 박물관을 나섰다.

 

저 멀리 있는 친구는 눈으로만 보기로 한다

 

갑자기 낭만적이었던 낙타

[J]

피라미드는 진짜였다
아무리 인터넷 블로그 사진으로 잘 찍었다하더라도 
실제로 봤을 때의 그 크기, 위압감을 표현할 수 없다

피라미드 바로 앞에서 위로 올려 찍은 것 같은 "보이지도 않는 나" 사진도
거의 50m는 떨어져서 찍은 것이다
그 정도는 떨어져서 찍어야 피라미드 전체가 나옴

※ 태양의 배 박물관은 굳이 가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정도의 느낌

 

 

#4_3. 착한 이집션은 말을 걸지 않는다

 

 

첫날 이후 J와 나는 몇 가지 주문을 외우면서 여행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착한 이집션은 말을 걸지 않는다

 

피라미드에서 만난 빌런 그 2.

태양의 배 박물관을 나선 우리에게 또 이집션 하나가 다가온다

"꼬레아?"

이놈들은 얼굴만 보면 귀신 같이 국적을 알아차린다

"ㅇ, ㅇㅇ...."

"오 마이 프렌드 우리나라에 온 걸 환영해 여기 내 선물이야  한번 써봐"

"오 쓰는 법을 모르는구나! 굳 프렌드, 내가 도와줄게"

 

좋다고 쳐웃고 있는 나

 

굿 프렌드가 찍어준 나

프레젠트라며 나와 J에게 씌워준 터번 비스무리, 그리고 사진 몇 장

그리고 굿 프렌드는 우리에게 조금의 성의(!)를 보여달란다. 또 속았다

100 EGP를 꺼내자 그는 노골적으로 실망하며 자기는 가족도 있고 와이프도 있고 애도 있고...

그럼 다시 가져가라며 터번을 벗자 그건 또 아니라며 잽싸게 챙겨서 가는 프렌드가 멀어지며 외친다.

"이집트에 온 걸 환영해!"

 

 

피라미드에서 만난 빌런 그 3.

굿 프렌드를 보내자마자 이번엔 낙타(!) 하나가 다가온다

"꼬레아?"

 

낙타할배 등장

낙타 할배는 오더니 자기 낙타 멋있지 않냐, 한번 타보겠느냐, 아아아아 사기 아니다 호의다 호의 라며 자기의 호의를 강요했다.

 

필사적으로 거절하는 나

필요 없다, 낙타 무섭다, 메르스 메르스 하면서 팔까지 붙잡는 할배를 뿌리치자 이번엔 J를 노리는 낙타 할배

 

그리고 당해버린 J

J도 필사적으로 거절했고, 할배는 낙타를 타는 게 무서우면 내 "쩌는 지팡이"를 들고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그리고 당당히 외친다

"박시시!"

그렇게 속절없이 또 20 EGP를 뜯겨버렸다.

 

내려가는 길

한바탕 당하고 나서야 우리는 "관광객은 이용할 수 없다던 그 길"로 내려갈 수 있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스핑크스 키스 포토존

내려가다 보니 사람들이 또 한 무더기 모여있는 곳이 있다. 가서 보니 스핑크스랑 키스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J와 나도 프로 관광객답게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집션들이 다가와 여기는 그렇게 찍는 게 아니다 훈수를 두곤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한마디 건넸다.

"노노 고 어웨이"

 

길을 따라 내려와 빌런 1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입구의 카프레 계곡 신전을 둘러봤다.

더워서 정신없었지만 다시 스핑크스 포토존이 나와서 또 찰칵찰칵

모범적인 관광객 나

 

스핑크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지만, 피라미드와 비교하니 아담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광경

 

이제 나갑시다

[J]

이집트의 삐끼들을 우리나라 길거리 폰팔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뭐 말 안하고 무시하고 그냥 가면 되는거 아니냐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쫓아온다

그렇다고 정직한 것도 아니어서,
free gift 라고 1분전에 이야기하고 바로 뒤집는다

 

 

#4_4. 사람들이 기자 피라미드 앞 피자헛을 찬양하는 이유

 

 

여행 전 찾아봤던 피라미드 후기에는 피라미드 앞 KFC/피자헛이 꼭 등장했다

마치 주요 관광스팟 같았는데 나도 가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시간 정도 더위 속에서 걷고 나면 어디든 들어가고 싶어 지고, 그런 여행자에게 피자헛은 천국과도 같다

 

킹-시와 피라미드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피자헛 뷰

킹-시를 마시면서 보는 피라미드는 정말 멋졌다

진짜 내가 저 멀리 있는 피라미드까지 갔다 온 건가 싶고, 이 더위에 내가 다시 나가야 하나 싶고, 모든 게 거짓말 같고...

더위에 지쳐 한참을 뻗어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

 

날이 밝고서 처음 본 숙소 입구 3Pyramid Inn

숙소로 돌아와 맡겨놨던 짐을 찾고 다시 길을 나섰다

소개해준 뜨루 쁘렌드를 무시하고 나서서 해코지당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

 

숙소 앞에서 미리 어플로 부른 우버를 타고 카이로 시내로 이동했다.

 

[J]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피로가 겹친 와중에 마시는 콜라 한 캔
힐링 포션이 이런 느낌이구나 생각듬

3월 4주 - 4월 1주

2020. 4. 6. 21:06

잔잔하게 먹은 것들

제주도에서 먹은건 따로 빼야지

 

보라매역 바로짜장24

- 보라매역 바로짜장24 (3/24)

차돌짬뽕에 미쳐버린 남자

일주일에 한번씩만 먹기로 했다

차돌짬뽕은 정말 최고야

차돌짬뽕 ₩8,000 - 6/7

 

 

논현역 한성돈까스

- 논현역 한성돈까스 (3/25)

회사 앞 바바빌딩 지하 돈까스집에 가려다 코로나 확진자 방문으로 폐쇄되어 1차 실패.

길 건너 카레돈까스집까지 갔는데 망해버려 2차 실패.

언덕 위 돈까스집도 얼마전에 폐업해서 3차 실패.

긴긴 모험 끝에 결국 돌고돌아 한성돈까스.

다음엔 꼭 생선까스 먹어봐야지

돈까스 ₩10,000 - 5/7

 

 

논현역 비스토핑

- 논현역 비스토핑 (3/25)

W 날이 좋으니 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다 선언, 팀원들이 고개를 저었으나 내가 살테니 먹어라 발언에 침묵.

아무튼 먹음

밀크 아이스크림 ₩3,500 3/7

 

 

마산역 초가집

- 마산역 초가집 (3/25)

상갓집 방문으로 갑작스럽게 방문한 창원.

기차 시간 때문에 역 앞에서 허겁지겁 먹었지만 맛있었다.

아구찜 소 - ₩25,000 4/7

 

 

논현역 오대산집

- 논현역 오대산집 (3/26)

사무실이 많아서 회사 근처에는 점심 부페집이 많다.

점심 부페 ₩8,000 3/7

 

 

논현역 대풍

- 논현역 대풍 (3/27)

나만 생선구이 좋아하고! 팀원들은 안좋아하고! 그럼 혼자라도 먹는다!

1인분인데도 생선 크기가 굉장하다.

삼치구이 정식 ₩8,000 5/7

 

 

논현역 향토

- 논현역 향토 (3/31)

월급 기념 갈비탕

근처 어설픈 만원짜리보다 이 집 팔천원짜리가 훨씬 좋다.

단점은 가끔 갈비탕이 안되는 날이 있다는거

갈비탕 ₩8,000 - 5/7

 

 

보라매역 바로짜장24

- 보라매역 바로짜장24 (4/1)

차돌짬뽕에 미쳐버린 남자2

일주일 할당량 채우러 왔다

차돌짬뽕은 정말 최고야2

차돌짬뽕 ₩8,000 - 6/7

 

 

논현역 버거베어

- 논현역 버거베어 (4/2)

인테리어도 인싸, 가격도 인싸, 인싸버거가게.

맛이 없는건 아닌데... 가격이 착한 수제버거 가게라고 온 동네 소문 났던데 나는 잘 모르겠다

클래식 치킨버거 세트 ₩8,500 - 3/7

 

 

보라매역 바로짜장24

- 보라매역 바로짜장24 (4/2)

일주일에 한번만 먹기로 했는데..........참을 수 없었다

차돌짬뽕은 진짜 최고야

차돌짬뽕 ₩8,000 - 6/7

 

 

보라매역 바로짜장24

- 보라매역 바로짜장24 (4/5)

식목일 기념 차돌짬뽕(?)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가 뭔가 맛있는걸 먹고 싶어서 먹었다. 어쩔 수 없었다. 진짜로.

여기 사장님들도 저녁으로 짬뽕 드시는걸 봤다. 신뢰도가 4배가 되었다.

사랑해요 차돌짬뽕.

차돌짬뽕 ₩8,000 -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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