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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601_프랑스길 2주차 시작 2025.06.02 1
- 250523_Day 01. 팜플로나~시작은 어렵다 2025.05.25 5
- 250522_DAY 0. 나는 왜 순례길을 가는가 2025.05.22
- 250314_제주 당일치기~제주 올레길 17코스 2025.04.24 2
- [스파르타 스터디 후기] 게으른 직장인의 쉽고 빠른 SQL 솔직한 후기 2025.04.07
- 250314_제주 본날 2025.03.15
- 스파르타 코딩클럽, SQL 스터디 시작 2025.03.10
- 240104_우육면관 2024.01.04
- #캠핑일기_210619.고양 서삼릉 청소년야영장 2021.06.21
- 191005. 이집트 여행 #6. 3일차 오전. 침대기차, 룩소르역 2020.04.28
250601_프랑스길 2주차 시작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한지 일주일 하고도 하루 더해 8일차가 되었다. 매일매일 포스팅 하겠다는 다짐은 첫 날 피레네를 넘으며 박살난지 오래. 드디어 8일차인 오늘에서야 좀 적응이 된 것인지 글을 써볼 여유가 생겼다.
생장에서부터 로그로뇨까지의 일주일은 일반인인 내가 순례자로 변하는 이른바 튜토리얼 기간이었다.
이 기간동안 나는 걷고, 씻고, 빨래하고, 먹고, 자는 단순한 일상에 익숙해졌고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Hola! Buen Camino! 라고 인사하는 것에 인색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길 위의 순례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이 길을 걷고 있다. 퇴직 후 백패커로서의 영혼을 찾기 위해 온 사람, 이별 후 재시작을 위해 온 사람, 그저 이유 없이 길이 불러서 왔다는 사람 그리고 길을 걸으며 이 길을 걷는 이유를 찾는 나. 산티아고 도착 전까지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첫 날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내 발을 움직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누군가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순 있다(실제로도 그랬다). 길은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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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23_Day 01. 팜플로나~시작은 어렵다
시트구루와 GPT에게 속았노라
항공권을 예매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창문/복도 중 어디를 택하느냐였다. 창 밖의 풍경도 놓치고 싶지 않고, 17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니 편의도 고려해야하니 이래저래 고민이 길어졌다.
내가 탈 비행기는 에티하드 항공의 보잉 787-9. 시트구루 정보가 있긴 했지만, 한참 전에 업데이트 된 정보라 완전히 믿기는 어려웠다. 이에 시트구루 정보와 보잉787-9의 전면 사진 등등등과 함께 GPT와 함께 치열한 토론을 했고, 날개를 피해 바깥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23열로 추가요금까지 지불하며 자리를 선점했다.
그리고 23K에 앉은 내가 본 것이 바로...
정확히 날개'만' 보이는 창문이었다.
(참고합시다... 에티하드항공 보잉787-9의 23열의 뷰는 저렇습니다)
GPT 이 깡통자식이 진짜.. 날개를 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냥 날개 위 자리잖아 이거. 두고보자 이번 달만 끝나면 바로 해지해버릴 것이다.
비행 중 짧은 이야기
이내 기내식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메뉴는 늘 그렇듯 '치킨, 비프 그리고 비건'.
하지만 상대적으로 뒷쪽이었던 탓일까, 소고기는 이미 다 팔린 상태라 닭고기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치킨을 주문하고 나서, 옆 자리에 앉은 부부 두 분이 주문을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 오지랖을 떨며 도와드렸다.
두 분은 열흘짜리 크루즈를 타러 가신다고 한다. 멋있는 부부셨다.
대화를 하다보니 인상이 좋다고 조카를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하신다. 역시 내가 좀 어르신 픽이긴 하지.
소개팅은 웃어 넘기고 한국 돌아가면 식사나 한 번 같이 하자고 말씀 드렸다.
+요새 비행기는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된다. 에티하드 항공만 그런가?
에티하드 항공 회원이면 채팅만 가능한 요금제(4.99달러)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아부다비 공항
도착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아부다비 공항. 다음 비행기까지 4시간이나 남아버렸다.
아부다비 시간으로 22시, 한국시간으론 새벽 3시이기에 따로 식사를 하기도 애매한 상황. 스타벅스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시간이 생긴 김에 에티하드 항공 상담사와 연결하여 자리를 23에서 16으로 옮겼다.
집에 갈 때는 날개뷰 아니다 GPT 이자식아.
아부다비 투 마드리드
우여곡절 끝에 마드리드로 향하는 환승편에 탑승했다. 자리는 똑같이 23K(날개뷰).
한국시간으로 따지면 밤을 샌 것과 같아 출발 후 30분 쯤 주는 가벼운 스낵(칩 또는 오레오)을 받고 바로 기절했다.
잠시 기절했다 일어나니 시간은 어느새 마드리드 착륙 약 1시간 전.
원래 예정시간이던 08:30보다 50분 정도 빠른 07:45에 도착 예정인 것을 보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마드리드에서 프랑스길의 시작인 생 장 피에르포드로 가기 위해선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1) 마드리드에서 생 장 피에르포드로 야간버스로 이동하기
2) 마드리드에서 팜플로나로 기차 또는 버스로 이동한 뒤, 팜플로나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생 장 피에르포드로 이동
2_1) [팜플로나 TO 생 장] 버스는 하루 1번 있음(하절기 오후 12시)
나는 이 중 2번, 마드리드~팜플로나~생 장을 총 이틀에 걸쳐 이동하기로 하였다.
미리 알아본 결과, 내 스케쥴에 맞는 팜플로나행 렌페(기차)는 10:30, 14:00 2개.
하지만 마드리드 도착 시간이 08:30이라 입국 심사, 마드리드 시내까지 이동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경우 10:30 기차는 너무 빠듯할 것 같았고, 그렇다고 오후 2시 기차를 타자니 딱히 3시간 동안 마드리드 시내에서 할 것도 없을 것 같아, 결국 공항에서 12시에 출발하는 고속 버스를 타고 18시에 팜플로나에 떨어지기로 한국에서 계획했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덕분에 잘하면 10:32 마드리드 아토차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탈 수도 있을 것 같아진 것. 10:30 기차를 탈 경우 팜플로나 13:50 도착으로 무려 4시간이나 일찍 도착하게 되니 비용은 비싸지만 시간 상 훨씬 이득인 상황. 만약 기차를 놓치더라도 14시 기차가 있으니 해볼만한 것 같아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차를 타는데 성공은 했다. 하지만 과정은 정말이지 험난했다.
공항에서 마드리드 아토차 역까지, 치열한 타임라인
08:06 비행기 탈출
할만하겠는데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12시 버스표는 취소하고 10:32 기차표를 예매했다.
생각보다 긴 입국 심사 줄에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나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08:56 입국 심사 통과
08:57 T4s 터미널에서 T4 터미널로 이동하는 셔틀 탑승했다.
09:01 운 좋게 T4 터미널에서 배낭을 한 번에 찾았다.
09:02 시내로 가는 렌페 티켓 발권기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미친 티켓 머신, 도저히 티켓을 뽑는 방법을 모르겠다.
Other Language에서 영어로 바꿔봐도 내용은 여전히 스페인어라 알아볼 수가 없고, 구글 번역기도 먹통이다.
옆에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젓더니는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16분 기차를 타야하는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09:15 감으로 때려맞춰 간신히 아토차행 티켓 발권 성공.
16분에 출발하는 C1 열차 탑승을 위해 달려 내려간다.
09:17 내려가는 계단에서 출발하는 C1 열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망한다.
09:40 다음 열차에 초조하게 탑승한다.
이 열차를 타면 아토차역에 10:20에는 도착한다는 구글맵의 말을 믿어본다.
09:57 환승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09:59에 출발하는 다른 노선으로 환승해야한다.
구글맵은 10번 플랫폼에서 탈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7번 플랫폼에 열차가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달려가 탑승한다.
10:05 59분에 출발한다던 열차는 아직도 출발하지 않았다.
이게 시내를 가긴 하는건가, 내가 잘못 탔나, 10번 플랫폼으로 가야되나?그 때,
아무런 고지도 없이 스무스하게 출발한다. 이미 6분 지연이다.
10:20 아토차 역 도착 직전, 열차가 선로에 멈춰섰다.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순례길에 왔는데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렸나? 내가 왜 모험을 걸었을까. 온갖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10:24 마침내 아토차 역에 하차.
제일 먼저 내려 인포메이션 조끼 입고 있는 아저씨들이 보일때마다 ''팜플로나?!!"하고 외친다.
친절한 아저씨들이 손으로 방향을 알려준다.
10:26 열차 플랫폼에 도착했다.
비행기마냥 짐을 내리고 X-ray 보안검사를 통과해야한다.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10:29 간신히 열차에 올라탔다.
10:32 놀랍게도 제 시간에 출발하는 팜플로나행 기차
우당탕탕 기차에 올라타고 나니, 땀은 이미 비오듯 쏟아지고 있어 한참 동안 가쁜 숨을 내쉬었다.
생각을 정리한다는 순례길의 시작부터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렸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웰컴 투 팜플로나
가뜩이나 머리가 어지러운데, 같은 칸의 미국인이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탓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간신히 눈을 감고 나니 어느새 종점인 팜플로나에 도착해 있었다.
팜플로나 기차역에서 20분 정도를 걸어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알베르게로 향했다.
배낭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내가 이걸 들고 30일을 걸어야한다고? 갑자기 아찔해졌다.
나 혼자만 시내로 향하는게 어쩐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구글맵의 안내를 따라 구비구비 걸어가니, 저 멀리 내가 예약한 Casa Ibarrola 알베르게 간판이 보였다.
긴장한 얼굴로 알베르게에 들어서자, 스태프가 밝은 얼굴로 Hola! 하고 나를 반겨줬다.
"부츠는 여기 입구 신발장에 벗어두면 돼! 신발을 갈아신고 안으로 들어와! "
주섬주섬 가방에서 샌들을 꺼내 신고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스태프는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나선 순례자 여권~크레덴시알~을 보여달라고 했다. 내가 놀라서 손사레를 치며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럼 다음 번에 찍어줄게! 하며 웃어 넘겼다.
* 사실 알베르게는 순례자를 위한 특수한 숙박 업체(?)이기 때문에, 순례자 여권이 있어야만 묵을 수 있다.
순례길이 끝난 지금 생각해보니 사립 알베르게라 가능한 일 같았다.
배낭을 던져놓고 집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린 뒤 팜플로나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러 나섰다.
입맛이 없어 광장 근처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손에 들고 휘적휘적 돌아다녔다.
햇살은 뜨거웠고, 나 혼자 이곳에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점점 멘탈이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첫 날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어 악순환이 계속 됐다.
근처 까르푸에서 오렌지 착즙 기계를 발견해 간신히 한 병 사들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뛰어다녀서일까, 시차 적응의 문제일까.
가벼운 감기몸살 증세가 겹쳐 오후 6시쯤 끼무룩하고 잠들어버렸다. 아쉽지만 첫날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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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22_DAY 0. 나는 왜 순례길을 가는가

와 대단하다! 그런데 거길 왜 가?
순례길을 간다는 말을 들은 모든 이가 나에게 물어봤다.
사실, 큰 이유는 없다. 그냥 가고 싶었다.
- 친구 P는 내 말을 듣더니 오히려 안심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종교적인 이유로 간다고 했으면 오히려 더 의심했을거라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동경하게 된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동경은 2008년 구입한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종교적인 이유로, 또 누군가는 나를 찾는 여행으로 걷는다는 이 길을 치열하게(그리고 술과 함께) 걸어간 3명의 이야기
현실적인 불안감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제목처럼 나도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간 뒤에 생각하기로 했다.
+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은 포르투갈길 대신 책의 주인공들과 같이 프랑스길을 가게 되었으니 럭키비키🍀
욕심의 무게

순례자 카페의 선배님들 말씀하시길, 배낭 무게는 욕망과 욕심에 비례한다고 한다. 등에 얹힌 먼지의 무게마저 느껴지니 욕심을 비우고 정 안되면 현지 조달할 마음을 먹으라던가.
이것도 필요할 것 같고, 이게 없으면 아쉬울 것 같고 하면서 넣다보면 어느새 40리터 가방이 모자랄 지경이 된다. 넣다 뺐다 리스트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출발 전날이 되어서야 진짜_최종_final_짐 리스트를 확정지었다.
프랑스길 40일 최종 짐 리스트
- 40L 배낭
- 레인커버/판초우의
- 등산 스틱
- 침낭
- 티셔츠 2, 바지 2, 속옷 3
- 경량 바람막이
- 이너/울 양말 2세트
- 팔토시
- 버프
- 등산 모자
- 선글라스
- 샌들
- 물파스와 스포츠 테이프
- 애드빌
- 인공눈물 잔뜩 + 원데이 렌즈 잔뜩
- 세면도구
- 비누
- 샴푸/컨디셔너 샘플
- 선크림, 선스틱
- 충전기
- 보조배터리 10000
- 액션캠/액션캠 배터리 키트
- 핸드폰 거치대
- 키보드(460g!!)
> 마지막까지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으나 블로그 작성을 위해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 무선이어폰

그리고 이것이 내 욕심의 무게.
본인 몸무게의 10%까지가 허용 무게(?)라고 하니 나는 상대적으로 허용 범위가 넓어 세이프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6~7kg는 한참이나 벗어난 무게다. 하루 이틀 걷고나면, 저 리스트에서 몇 개나 날아가게 될까.

수하물을 맡긴 지금, 출국장 카페에 앉아 글을 작성하고 있다. 아부다비를 거쳐 마드리드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21시간 20분. 무사히 도착해서 글을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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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14_제주 당일치기~제주 올레길 17코스
갑자기 제주도
고민이 많던 새벽, 이대로 있다간 또다시 집에서 궁상만 떨 것 같아 당일치기 제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여유롭게 나섰다가 출발 비행기를 놓치는 사소한 이슈가 있었지만, 어찌저찌 급하게 한시간 뒤의 비행기를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잡을 수 있었다.
얼마만의 제주도인가, 갑작스런 여행이지만 설레이는건 어쩔 수 없다.
아,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였을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세상에 비행기가 어찌나 덜컹거리고 떨리던지. 설렘은 출발과 동시에 날아가고 불안과 긴장으로 가득찬 비행이었다.
비행기가 마치 시골길을 달리는 자동차 마냥 흔들거리고, 중간중간 예상하지 못한 방지턱을 만난 듯 하늘에서 덜컥 튕기기까지 해서 점점 초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튼 도착
짐이래봐야 작은 배낭 하나뿐이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선다.
출구까지 '나 제주도 왔소-' 할만한 포토존도 많아서 기분이 금새 나아졌다.
돌고 돌아 제주올레길에 서다
작년 가을, 10년 근속휴가로 10일의 연차가 생겼었다.
두 번의 주말까지 포함하면 거의 2주의 시간이 주어졌다.
장기 휴가가 언제 또 돌아올지 모르니, 어디 멀리라도 다녀올 요량으로 알아보다 결국 꽂힌 것이 [순례자의 길]이었다.
가장 많이 간다고 알려진 [프랑스 길]은 30~35일의 일정이니 불가능.
대신 나 같은 직장인(?)을 위한 짧은(??) 코스인 10~12일의 [포르투갈 길]이 있더라.
우스갯소리로 프랑스 길에는 그렇게 퇴사자들이 많고, 포르투갈 길에는 휴가자가 많다고 하던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하지만 장기근속휴가는 회사에 의해 반려당해 결국 순례자의 길은 가지 못하게 됐고
대신이라면 대신이랄까 언젠가는 가까운 제주 올레길을 돌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
새벽에 생각이 닿아 부랴부랴 제주 올레패스포트도 구매, 공항에서 바로 수령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오늘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17코스를 돌아보기로 한다.
짧은 코스이지만 북쪽을 따라 용두암도 보고, 동문시장까지 닿는 알찬 코스다.
제주공항을 나오면 정식 코스는 아니지만, 제주공항을 기점으로 17코스 시작점까지 가는 [공항올레]라는 길이 있다.
제주공항을 왼쪽에 끼고 크게 돌아 북쪽 어영소공원까지 가는 코스인데...
정식 올레길도 아닐뿐더러, 사진처럼 뷰 역시 살벌하다.
평소라면 볼 일이 없는 화물청사도 보고, 쉴새없이 비행기들이 날아오르는 활주로도 볼 수 있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이 길로 시작하겠다고 하면 뜯어말리고 싶다.
다만 [공항올레]는 정말 재미도 없고 뷰도 별로인 루트였지만 이 가게가 루트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처음 먹어보지만 익숙한 그런 맛.
공항 인근에 있으니 다음에 제주도를 온다면 [본날]의 접짝뼈국으로 여행을 시작하거나 마무리 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공항길을 계속 걸어간다.
활주로를 끼고 크게 돌아가다보니 살벌한 철조망 뷰는 계속 된다.
체감상 10분에 한 번씩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공항길의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땐, 인도조차 없는 차도를 가로질러야했다.
의심스러울 때마다 한 번씩 발견되는 두 갈래의 리본만이 이 길이 올레길이라는 증표가 되었다.
한 시간정도를 걸어서 드디어 17길의 중간 지점인 어영소 공원에 도착했다.
미리 구매한 올레길 패스포트(₩20,000)에 스탬프를 찍고 이제 진짜 올레길 트레킹을 시작한다.
* 모바일 올레패스 관련
올레패스 어플이 있어 올레길의 정확한 GPS 정보를 수신하고 맞게 걷고 있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다만, 실물 올레패스를 구매하면 모바일 올레패스에서도 스탬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줄 알았는데, 이건 또 별도 구매가 필요하다고 한다. 어느 한 쪽을 구매했으면 할인 쿠폰이라도 주면 좋았을텐데 이 점은 아쉬웠다.
파도 치는 바다를 보며 쭉쭉 걸어나간다.
파도치는 바다.. 파도..치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벽을 밀고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무지막지한 역풍이 불어왔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갔다면 등을 밀어주는 고마운 바람이었겠지만, 이미 이쪽 방향으로 가기로 한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어쨌건 바람을 뚫고 전진한다.
가는 길 중간중간 내가 맞게 가고 있나 의심이 들게 했던 노란색과 회색의 리본
나중에 찾아보니 [성안올레] 라고 제주 옛 도심을 따라 걷는 또 다른 올레길이라고 한다.
올레길이 도심으로 접어들자 리본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맞게 걷고 있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길 잠깐 벗어난다고 내가 걷는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걷는 것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닥에 파란색 선을 따라 걷거나 애매할 때 한 번씩 등장하는 리본을 따라 걸어갔고, 그래도 정 햇갈릴 땐 올레패스 어플을 참고했다.
갈라지는 길에선 이렇게 파란색/주황색 화살표로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파란색이 정방향, 주황색이 역방향으로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도심을 걷는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코스 중에 제주목관아가 있어 한 번 둘러보고 나올 수 있었다.
칠성로 쇼핑타운도 가로질러 가는데, 연 곳보다 닫은 곳이 많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드디어 17코스의 종점이자 18코스의 시작점인 [김만덕 기념관]에 도착했다.
도장을 찍고 기념관 내부에 있는 공식안내소에 들려 올레길 마그넷을 하나 구입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안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콘센트를 찾아 핸드폰을 충전하며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기로 한다.
걷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까진 여유가 있어 동문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야시장이 활성화 되어 많은 부스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들고 다니면서 먹기엔 좀 헤비한 음식들이라 밀크 아이스크림만 한 컵 사들고 시장을 구경했다.
시장을 구경하고 나선 굳이 읽겠다고 들고온 책을 읽기 위해 스타벅스에 앉았다.
그래도 제주도에 왔는데 귤 음료는 하나 먹어야하지 않을까 싶어 음료는 한라봉 블렌디드로 주문.
당일치기였냐는 친구들의 경악을 뒤로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산티아고 순례길 예행 연습이라기엔 짧디 짧은 반나절의 여행이지만 걷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참 좋았다.
생각을 비우기 위해선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하나보다.
[스파르타 스터디 후기] 게으른 직장인의 쉽고 빠른 SQL 솔직한 후기
# 서론
정말 정신 없이 흘러간 한 달이었다.
나는 통계학 전공이긴 하지만 따로 SQL을 배운 적은 없었다.
현업에서도 SPSS와 엑셀만 사용했기에 SQL은 사실 사내에서 프로그래머들이나 사용하는 툴이라는게 내 인식이었다.
하지만 직장 선배의 권유로 SQL 공부를 시작해야 했고, '엑셀보다 쉽고 빠른 SQL'이라는 이름에 홀려 스파르타 스터디를 수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스터디로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덧셈과 뺄셈만으로 데이터 처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온몸 비틀기가 SQL만 있으면 더더욱 간단하게 끝났다는 것을!!!!
# 스터디에서 만족한 점
1. 부담 없는 구성
스터디를 신청하면서 작성했던 글에도 남겼지만
내가 스파르타 코딩클럽 SQL 스터디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실무 SQL 3주 완성]이라는 제목이었다.
어떻게 3주 완성이 되나 궁금했는데, 총 5장으로 구성된 강의를 1주차: 1-2장 / 2주차: 3-4장 / 3주차: 5장으로 나누어 수강하는 구조였고, 각 장은 10~15분의 강의 8~10개로 구성되어 있어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 같은 게으름뱅이 직장인도 '그래도 하나는 들어야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걸 스파르타 코딩클럽에선 '마이크로 강의'라고 표현했다)
2. 노션 요약 노트와 실습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
1주차 시작은 스파르타 코딩클럽에서 제공한 DB에 연결하여 다운로드 받는 것부터 시작한다.
각 주차별 내용이 노션 요약노트로 제공되는 점도 참 좋았다.
3. 질의 응답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튜터
각 장의 마지막은 실습 과제로 구성되어 내가 작성한 코드를 제출하는 구조였다.
나는 이게 보통의 온라인 강의가 그렇듯 요식상의 제출만 하고 넘어갈 줄 알았다.
아니 그런데 웬걸, 내가 제출한 코드가 다음 날 평가가 되어 돌아오더라.
내가 평소 쓰던 SPSS의 명령문 방식으로 작성했더니 해당 코드로는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피드백.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했지만, 내가 이해한게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자 난생 처음 [학습 질문]도 남겨봤다.
그러자 금새 달린 튜터님의 답변.
나 혼자서 벽보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아 참 좋았다.
# 스터디를 끝까지 완주하게 한 원동력
'진도율 관리가 있어 완주할 수 있었어요' ~~라는 뻔한 이야기도 좋지만
결정적으로 강의를 선택하게 된 것은 동기부여 시스템, 조금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페이백💸이었다.
1. 자기부담금 환급
국비교육이다보니 완주만 해도 자기부담금 49,000원이 환급된다
즉, 강의를 신청하고 당연히 해야할 일만 해도 0원이 된다는 것
2. 네이버 페이 이벤트
3주간 매주 미션 인증만 진행해도 네이버 페이 이벤트를 참여할 수 있다.
미션 인증이라는 것도 거창할 것이 없다. 그냥 강의를 듣고 난 화면을 캡쳐해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 역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
결국 종합해보면 강의를 신청한 사람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하기만 해도 페이백이 된다.
강의를 들었는데 오히려 돈이 늘어난다고? 이걸 어떻게 안할 수 있을까.
# 스터디에서 아쉬운 점
그래도 아쉬운 점을 굳이굳이 이야기 해보자면..
1. 짧다
강의가 짧은 것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3주 완성을 목표로 구성된 강의다보니 실전압축 강의라는 목표에는 완벽히 부응하지만 그렇다고 '완성'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SQL 입문자를 위한 3주 스타터팩에 가깝다.
배운 기능들을 좀 더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시점에서 강의가 끝나버리니 괜히 아쉬운 점이라고 표현해본다.
2. 실습 목표의 애매모호함
해당 강의에서 배운 내용으로 실습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요약 노트에 작성된 글만으로는 정확한 문제 내용이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문제를 직접 풀고 싶은데, 문제가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지 않으니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해설을 확인해야하는 아이러니.
# 그래서 추천하는가?
그렇다. 추천한다. 나도 내가 이렇게 후기글까지 써가며 추천하게 될 줄은 몰랐다.
SQL에 관심이 생겼는가? 스파르타 스터디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말만 들어선 영화 300처럼 걷어차면서 공부를 시킬 것 같지만, 이름과 달리 아주 상냥한 강의다.
조금만 성실해도 끝까지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할 동기가 모자랄까 중간중간 달래기까지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강의를 통해 배운 SQL을 조금씩 적용해봤더니,
그동안 내가 한 몸비틀기는 뭐였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해결된 것들이 많았다.
어서 배우자 SQ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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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14_제주 본날
올레길이나 걸어볼까~ 외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방문한 제주
그래도 이왕 온 것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라고 생각하며 구글맵을 뒤지다
평점 4.5의 접짝뼈국을 판매하는 [본날]이라는 가게를 발견.
마침 가려던 올레길 코스와 동선도 겹쳐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갔다.
공항에서부터 차로는 5분, 걸어서는 30분 거리에 위치한 가게.
접짝뼈구이나 고기국수도 궁금했지만, 그래도 역시 접짝뼈국을 주문한다. (12,000원)
국밥집에선 보기 드문 양념게장이 반찬으로 나왔다.
반찬들 모두가 맛있었지만 따로 판매도 하신다는 오징어젓갈이 특히 더 맛있었다.
메인메뉴 접짝뼈국.
첫인상은 영락 없는 하얀 감자탕이었는데, 감자탕과는 전혀 다른 맑고 진한 돼지곰탕의 맛이 느껴졌다.
국물은 어느정도 간이 되어 있어 따로 추가할 필요가 없었고,
부드럽게 잘 삶아진 고기들은 저 뚝배기 안에 꽉꽉 채워 들어있어 고기만 먹었는데도 이미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최근에 먹은 탕반류 중 가장 맛있었고, 아마 제주도를 다시 가게 된다면 꼭 들릴 것 같다.
제주공항 바로 앞에 있으니 여행의 시작이나 끝을 장식하지 않을까.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었다.
본날
08:00 ~ 20:00
매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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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 코딩클럽, SQL 스터디 시작
겉핥기로만 알고 있던 SQL이 이제 정말정말 필요하게 되었다.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SQL 책은 두꺼워서 쳐다보기 두렵고, 급한 마음에 구글링을 해본다.
'SQL ㄱ..ㅣ..ㅊ..ㅗ..'
스폰서 광고로 가장 처음 나온 링크가 눈에 들어온다.
3주 실무 완성이라는 자극적인 멘트는 뭐든 짧게 빨리 끝내고 싶은 30대 직장인에게 너무나도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스파르타 코딩클럽, 몇 년 전 지하철 스크린 광고로 본 기억도 있고 출퇴근길 지하철 광고 멘트로도 들어본 기억이 난다.
링크를 클릭해 빠르게 강의 구성을 살펴본다.
챕터 1부터 5까지 각 챕터별 7~9개의 영상, 시간으로는 챕터 당 1시간 10분 내외로 끝내는 구성이다.
하지만 '스파르타'라는 이름에 걸맞게, 총 5주로 구성된 커리큘럼을 3주만에 끝내는 코스라고 한다.
마음이 다급한 나에게는 너무나도 적합한 강의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구성을 49,000원, 49,000원에 드립니다!"
머리 한구석에서 홈쇼핑 멘트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끊임없이 소리를 치고 있었다.
링크를 클릭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무언가에 홀린듯 HRD넷에서 역량훈련 등록까지 마치게 되었다.
매주 밴드에 수강 인증 미션도 해야하고, 성실하게 참여하면 페이백도 있고(중요)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보상이 혼자 공부하기 힘들었던 나에게도 완주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건실하게, 끝까지 완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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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4_우육면관
시청 근처에서 끝나는 하루
박사장에게 수없이 추천 받았던 우육면가를 가보기로 한다
저녁 7시, 대기인원이 살짝 있다.
작은 가게지만 2층에도 자리가 있어 회전은 잘 되는 것 같다.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입장했다.
맛있었다.
면도 맛있었고, 고기 고명도 맛있었지만 특히 국물이 정말 맛있었다.
애매하게 맑은 국물이 아닌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향이 참 좋은, 맛있는 우육면이었다.
같이 시킨 오이소채는 맛이 특별하다기보단 친구의 말마따나 "있어서 우육면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맛이었다.
메뉴판에 적힌 "우육면과 천하제일 궁합"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자리마다 취향껏 먹을 수 있게 라장과 갓 반찬이 있다.
취향껏 한두스푼 추가해 먹으라던 라장은 내게는 조금 매운편이라 따로 넣지 않았고,
대신 반찬으로 먹을 수 있었던 갓도 참 맛있어서 손이 절로 갔다.
혼자 왔기에 수교까지 시키면 다 먹지 못할 것 같아 추가하지 않았는데,
우육면을 먹고 나니 수교 역시 기대가 됐다.
아쉽지만 다음에 오면 먹어보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즐거운 퇴근길이었다.
우육면관 청계천점
매일 11:00 ~ 20:30
매일 휴게시간 14:30 ~ 17:00
우육면(특) 7/7
오이소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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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일기_210619.고양 서삼릉 청소년야영장
#1_1. 첫캠핑-험난한 예약
기세 좋게 이것저것 캠핑 장비를 구매한 것까진 좋았는데, 아뿔싸 캠핑장 예약을 안했다.
이 무슨 주객전도인가.
대캠핑시대, 날도 단 2주를 남긴 시점에서 캠핑장 예약은 쉽지 않았으나 어찌저찌 어케저케 남아있던 캠핑장을 발견하고 예약 성공.
그게 바로 고양시 서삼릉 청소년캠핑장 되시겠다.

가격은 13시부터 21시까지의 당일형(\3.0)+21시부터 익일 12시까지 지내는 숙박 옵션(\2.0)을 더해서 \5.0
네이버 예약으로 \5.0 결제 완료. 이제 날만 기다리면 된다.
#1_2. 혼자왔니?


서삼릉청소년야영장(a.k.a.한국 스카우트연맹 중앙훈련원)
13시부터 입영인데 누워서 여유 부리다가 15시 다 되어 도착.

이런 짧은 숲길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아 좋다

도착하면 본관 2층 사무실에서 발열체크를 해야한다.
본관(삼각형 건물)이라고 안내를 받았는데, 이렇게까지 삼각형 건물일줄은 몰랐다.
화장실과 개수대가 본관 1층이라 나중에도 계속 들락날락


본관은 이 곳이 단순 캠핑장이 아니라 스카우트 훈련원임을 증명하듯 잼보리들 패치와 관련 사진들이 그득그득하다.
토요일인데도 행사가 있는지 스카우트 복장을 한 소년들도 돌아다닌다.
관리인: 일행분도 다 함께 오셔야하는데!
Wosk: 저 혼자 입니다.
관리인: 일행분은 그럼 몇시에 오시나요?
Wosk: 아뇨 저 혼자 입니다.
관리인: 아, 그럼 방문객은 있으신가요?
Wosk: 아니요 저 혼자 입니다.
관리인: 아..
;)

야영장에서 판매하는 장작, 1망 1만원
장작이 조금 적은 것 같다며 올려주신 덤까지 잘 챙겨서 들고 내려간다.
#1_3. D-25에서 나는 울고 싶어라

D-25 ~ D-30 데크는 옆에 1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고 했다.
짐 들고 열심히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일단 가진 장비 다 내려놓고, 있어보이는척 사진을 찍고, 다시 다 내리고 텐트부터 치기 시작.

열심히 유튜브 예습한대로 그라운드 시트 깔고 이너텐트 깔고, 폴대 끼우는 것까진 성공했는데 이놈의 이너가 서질 않는다.
한시간여를 붙잡고 씨름한 결과, 빠르게 포기하고 나보다 늦게왔는데도 옛저녁에 텐트를 다 치고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던 옆동에 찾아가 비굴하게 물어본다.
"혹시 한 번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한시간동안 말을 안듣던 내 텐트인척 하던 천더미가 낯선 아저씨의 손길을 받자 1분만에 척척 텐트가 된다.
아니 이게 왜 아니 왜 내가하면 왜
이너 텐트만 세우고 나니 그 다음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었다.

인디언 행어 펴고, 테이블도 펴고, 장비들도 착착 놓으니 그럴싸한 캠핑존이 완성.
점심으로 여유롭게 냉면 한사발 할 요량으로 밀키트도 사갔는데, 어느덧 애매한 저녁 시간이다.
#1_4. 드디어 찾은 평화와 여유

우선은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기로.
평화롭다 평화로워


냉면을 먹으려고 꺼내보니 면을 삶고 또 행궈야된단다.
방금 본관에서 내려왔는데, 다시 면 씻겠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미국에서 넘어오신 분을 꺼내어 구워먹을 준비를 한다


갬-성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그리들에 올려 규카츠마냥 한 점씩 다시 구워먹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 NC는 기념비적인 시즌 4123호 해-체를 하시고, 엔씨팬 아저씨는 서러워 눈물을 흘렸다나 뭐라나

금속받침대와 방염포가 있어야 데크 위에서 불멍을 할 수 있고, 둘 다 없는 나는 그냥 데크 앞에 두고 보기로 했다.
(없다면 대여(\0.5)나 구매(\2.5)도 가능) 이런면에선 데크가 아니라 일반 바닥도 좋을 것 같았다.
친구가 선물 해준 건프라. 최근 시간도 여유도 없어 만질 기회가 없었는데 이참에 해보려고 들고와 펼쳐본다.
원래라면 점심 먹고 오후에 여유롭게 조립하려고 했던건데 뒤늦게 꺼내들었더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아쉽지만 몸통만 끝내고 종료
#1_5. 철수 철수
다음날, 건너편 사이트 아이들이 아침부터 활기차다.
온몸이 맞은 것처럼 욱신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자충매트를 추가로 사야될 것 같다.
콧물이 줄줄 새는 것이, 어쩐지 감기도 걸린 것 같다.
간단하게 라면 한그릇 끓여먹고 철수를 하기로 한다.
- 철수는 정말 힘들었는지 사진 한 장 없다 :)...
펼 때는 몰랐는데, 텐트는 설치도 고생이지만 철수도 만만치 않다.
텐트 중고 판매자가 보여주면서 "절대 이 모양 그대로 안돌아오실거에요"라고 자신만만하게 웃던게 기억난다.
(진짜로 안돌아오더라) 그래도 용 써서 간신히 가방에 넣을 정도로는 정리하는데는 성공.
아침 10시, 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출발.
짧지만 즐거운 1박 2일이었다.
191005. 이집트 여행 #6. 3일차 오전. 침대기차, 룩소르역
#6_1. 화장실에 갇힌 남자.
새벽 5시.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구글 맵을 켜고 현재 위치를 찾아본다. 연착이면 어쩌지? 택시를 타고 지성을 찾아가야 된다고?
연착은 당연하다며 호언장담하던(?) 지성의 말과 다르게 지도에서 룩소르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정도 거리면 연착되어도 7시 이전에는 도착할 수 있으리라.
긴장이 풀려서일까, 요 며칠 소식이 없던 배에서 연락이 온다. J가 깰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방을 나왔다.
객실 내에 화장실은 따로 없기 때문에 옆칸의 공용화장실로 들어갔다. 걸쇠는 고장 난 것 같고, 문 아래쪽도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발로 몇 번 차서 문을 닫고 이 새벽에 올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손잡이를 붙잡고 거사를 치렀다.
속을 비워내고 문을 잡아당기는데, 당겨지질 않는다.
힘껏 당겨봐도 위쪽만 조금 움직이고 열리질 않는다.
싸늘하다. 식은땀이 난다.
일단 급하게 J에게 보이스톡을 걸어봤다. 기차 소리 때문에 못 들으면 어쩌지, 무음이면 어쩌지, 진동이면 어쩌지.
자기 전에 데이터가 오락가락한다고 했던 J의 말도 기억이 났다.
W(31) 이집트 기차에서 똥 싸다 갇혀서 여기 잠들다......
"야 여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J도 내가 나가고 얼마 안 돼서 알람을 듣고 일어났고, 이놈이 어딜 갔나 싶어서 카톡을 봤더니 미친 듯이 구조요청 보이스톡이 와서 구하러 왔다고 했다. 정말 못 나오는 줄 알았다.
아침부터 한바탕 난리를 피운 뒤 룩소르에 내릴 준비를 하고 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아침을 가져다주었다.
[J]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갔는지 감이 안 오길래 카톡 메시지는 남기고 갔겠지 하고
무심코 핸드폰을 보니 다급해보이는 보이스톡이 하나 와 있었음
다시 걸어보니 인터넷 사정이 영 좋지 않아 보이스톡은 못함
결국 여러 번 보톡 시도 끝에 통화는 실패하고 카톡 메시지로 상황 파악해 구출
기차는 연착 안 하고 잘 왔는데 못 내릴뻔
#6_2. 살라남바완.
어젯밤 기차를 타면서 룩소르까지 간다고 했더니 승무원이 와서 룩소르에 도착한다고 알려주었다.
도착시간은 새벽 6시 15분. 05:55가 정시 도착이었으니 이 정도면 거의 정시에 도착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아무래도 자기 전에 날린 기도가 제대로 도착한 모양이다.
룩소르에선 투어를 하기로 했고, 미리 한국에서 룩소르 원데이 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 "지성"과는 어제 통화한 것처럼 7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아직 시간은 좀 남은 셈이다.
룩소르 역에서 나가자 누가 봐도 관광객 행색인 우리 둘을 삐끼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헬로 마이 프렌드! 어디까지 가니, 숙소는 잡았니?"
계속 여기 있다간 남은 시간 내내 어그로가 끌릴 것 같아 다시 역 안으로 피신했다.
[J]
이집트가 중동 국가 중에서는 그래도 치안 상황이 양호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테러" 가 발생한 적이 몇 번 있다보니
각 기차역/지하철역마다 X레이 포함한 검문이 있다.
근데 꼼꼼하게 하는 것 같지는 않음, X레이 통과시키려면 짐 풀고 가방 풀고..
귀찮기는 오질라게 귀찮은데 효과가 있으려나
"과장님 이집트 가셔서 현지인이랑 뭔가 문제 있으면 일단 쌀라 남바완 하세요 쌀라 남바완"
리버풀 팬인 사무실 후배가 이집트에서 문제 생겼을 때 꿀팁이라며 알려준 그 말이 불현듯 기억났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역의 카페테리아 기둥에 래핑까지 되어있을 정도면 진짜 국민 영웅인가 보다.
J와 헛소리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새 7시.
약속 시간이 되어 역 앞으로 나가자 저 멀리서 잘생기고 키가 큰 이집션이 휘적휘적 다가온다.
그 유명한 룩소르의 "지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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