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1. 해는 서쪽에서 뜨지 않는다.

 

첫날 숙소로 선택한 3 Pyramids View Inn는 옥상에서 보는 피라미드 뷰가 끝내준다는 후기가 많았다.

 

"동이 트는 피라미드는 끝내줄 거야, 아침에 다시 자는 한이 있더라도 보고 자자"

"진짜 그래야겠냐"

 

3시 넘어 잠들었지만, 미리 맞춰놓은 5시 50분에 울린 알람 소리에 주섬주섬 일어나 루프탑으로 올라간다. 

 

음?

뭔가 이상한데

 

ㅎㅎ..ㅈㅅ!

 

망연자실한 나

1. 피라미드는 서쪽에 있다.

2. 해는 동쪽에서 뜬다.

3. 따라서 피라미드에서 동트는 건 볼 수 없다.

 

여행 출발 전에 분명히 어디서 사진을 본 것 같은데 동트는 게 아니라 해가 지는 걸 찍은 거였나.

기왕 올라온 거 사진이라도 좀 찍고 내려가자며 퉁퉁 부은 얼굴로 서로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눈 앞에 있는 저게 피라미드인지 뭔지 실감은 나지 않는다. 이집트 온 거 맞지?

 

 

#3_2. 이집트 도로는 아무거나 다닌다.

 

여덟 시에 숙소에서 나서자고 계획했지만 피로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첫날이니 무리하지 말자며 여덟시에 숙소가 아닌 조식을 먹으러 방을 나섰다.

 

숙소에 걸려있던 액자들 - 이집트에 오신게 맞습니다

옥상에 올라가 있으면 가져다주겠다는 직원의 말에 황송해하며 옥상으로 올라간다.

아까 올라와서 봤던 피라미드인데 괜히 새롭다.

미리 온 외국인 손님들이 있어 조심스럽게 ㅎㅇ를 건네 보지만 피곤한 건 그들도 마찬가지인지 나지막한 ㅎㅇ만 돌아온다. 

 

밤새 다그닥 거리던 소리의 정체

 

분명 차도인데 낙타, 트럭, 마차, 사람이 모두 다니고 있는 진풍경

차와 마차, 낙타가 뒤엉킨 거리를 보고 있자니 뒤에서 현실감 없이 서있는 피라미드보다 이 기묘한 탈 것 3개의 조합이 오히려 내가 지구 반대편에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어젯밤에 숙소에 오면서 봤던 고속도로 위의 마차도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끝내줬던 조식 

왠지 몰라도 무척 수줍어하던 직원이 가져다준 조식. 일어나기 전부터 코를 간지럽히던 고소한 냄새가 이 달걀 냄새였나보다.

달걀부침, 빵, 딸기 요거트, 꿀과 치즈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인데도 메뉴가 풍성하고 다양하다.

(사진엔 없지만 커피도 갖다 줬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정찬에 나도 J도 매우 만족했다. 5/7

 

오늘 오전은 피라미드를 볼 생각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자 로비의 직원이 부리나케 일어나 자기를 따라오란다.

입구 벤치에 백수마냥 앉아있던 이집션에게 데려가더니 이 친구는 자기의 믿을 수 있는 뜨루 쁘렌드란다. 아 이거 투어 하라는 거구나.

불현듯 이집트 여행 후기 글마다 신신당부하듯 적혀있는 말들이 기억났다.

"사기꾼 천지예요!"

뜨루 쁘렌드는 자기네 사무실로 우릴 끌고 가더니 자신의 스페셜한 낙타 투어를 소개해줬다. 낙타 투어는 1인당 200파운드고 이건 미들 투어이며 롱 투어는 가격이 더 오른단다. 웃으면서 우린 필요 없다고 하니 가격이 점점 내려간다. 어디까지 가나 싶어서 계속 No라고 하니 1인 200이었던 미들 투어는 어느새 롱 투어 2인 300까지 내려간다.

나는 낙타를 무서워하니 필요 없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고 가게를 뛰쳐나왔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뜨루 쁘렌드의 눈길이 따갑다.

 

따갑거나 말거나 우리는 여행의 시작, 기자의 대피라미드를 보러 간다.

 

[J]

가게에서 보여준 W의 삐끼 거절 스킬은 나날이 늘고 있다.

W와 함께라면 어떤 삐끼라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피라미드 입장과 동시에 당했으니, 기대와 예상은 늘 빗나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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