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22_DAY 0. 나는 왜 순례길을 가는가

와 대단하다! 그런데 거길 왜 가?
순례길을 간다는 말을 들은 모든 이가 나에게 물어봤다.
사실, 큰 이유는 없다. 그냥 가고 싶었다.
- 친구 P는 내 말을 듣더니 오히려 안심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종교적인 이유로 간다고 했으면 오히려 더 의심했을거라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동경하게 된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동경은 2008년 구입한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종교적인 이유로, 또 누군가는 나를 찾는 여행으로 걷는다는 이 길을 치열하게(그리고 술과 함께) 걸어간 3명의 이야기
현실적인 불안감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제목처럼 나도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간 뒤에 생각하기로 했다.
+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은 포르투갈길 대신 책의 주인공들과 같이 프랑스길을 가게 되었으니 럭키비키🍀
욕심의 무게

순례자 카페의 선배님들 말씀하시길, 배낭 무게는 욕망과 욕심에 비례한다고 한다. 등에 얹힌 먼지의 무게마저 느껴지니 욕심을 비우고 정 안되면 현지 조달할 마음을 먹으라던가.
이것도 필요할 것 같고, 이게 없으면 아쉬울 것 같고 하면서 넣다보면 어느새 40리터 가방이 모자랄 지경이 된다. 넣다 뺐다 리스트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출발 전날이 되어서야 진짜_최종_final_짐 리스트를 확정지었다.
프랑스길 40일 최종 짐 리스트
- 40L 배낭
- 레인커버/판초우의
- 등산 스틱
- 침낭
- 티셔츠 2, 바지 2, 속옷 3
- 경량 바람막이
- 이너/울 양말 2세트
- 팔토시
- 버프
- 등산 모자
- 선글라스
- 샌들
- 물파스와 스포츠 테이프
- 애드빌
- 인공눈물 잔뜩 + 원데이 렌즈 잔뜩
- 세면도구
- 비누
- 샴푸/컨디셔너 샘플
- 선크림, 선스틱
- 충전기
- 보조배터리 10000
- 액션캠/액션캠 배터리 키트
- 핸드폰 거치대
- 키보드(460g!!)
> 마지막까지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으나 블로그 작성을 위해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 무선이어폰

그리고 이것이 내 욕심의 무게.
본인 몸무게의 10%까지가 허용 무게(?)라고 하니 나는 상대적으로 허용 범위가 넓어 세이프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6~7kg는 한참이나 벗어난 무게다. 하루 이틀 걷고나면, 저 리스트에서 몇 개나 날아가게 될까.

수하물을 맡긴 지금, 출국장 카페에 앉아 글을 작성하고 있다. 아부다비를 거쳐 마드리드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21시간 20분. 무사히 도착해서 글을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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